연합뉴스5일(현지시간) 발표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경제·군사 분야 종합 전략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에는 '미국 우선주의'가 강조되면서, 동맹국들에게도 무역·국방 등에서 더 많은 지출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함께 한국에 지출 분담 확대를 강력히 요구한 사실이 언급됐다. 그러면서 NSS는 "이들 국가가 적들을 억제하고 제1도련(First Island Chain·일본 규슈 남단부터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방어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역량에 중점을 두고 국방비를 증액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NSS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무엇보다도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NSS에는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전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며 "군사동맹에서부터 무역관계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공정한 대우를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무역 불균형·약탈적 경제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동맹국들이 자국 방위에 GDP(국내총생산)의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지출해 그동안 누적된 막대한 불균형을 메우기 시작할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또한 NSS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압박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을 거론하며 "미국은 자발적으로 지역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지고 수출 통제를 미국과 일치시키는 국가들에 대해 기술 공유, 방위 조달 등의 분야에서 더 유리한 대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달 14일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서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증액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NSS의 아시아 파트는 대부분 중국 견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대만해협·남중국해 등에서의 국제 규범 준수를 강조하며, 대만에 대해서는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지지하지 않는다", "제1도련선을 따라 대만 점령 시도 등을 저지할 미국과 동맹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는 미군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동맹국들이 집단방위를 위해 지출을 늘리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일 양국에 대한 국방비 증액 요구가 대중국 견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향후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논의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NSS에서는 '북한'이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2021년 발표된 바이든 정부의 NSS에서는 북한이 세 차례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대화 의지를 계속 피력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서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약 1년 만에 NSS가 발표되면서 미 국방부의 국방전략(NDS)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NDS는 국방부가 의회에 4년 주기로 제출하는 최상위 국방 전략 문서로, 미국의 군사 정책과 국방 운영 전반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