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선원 의원실이 입수해 11일 공개한 군 내부 문건. 박선원 의원실 제공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12.3 내란 사태 당시 작성됐던 군 내부 문건을 통해, 정치적 반대 세력 등을 상대로 각종 약물을 사용해 자백을 받아내려는 계획이 있었다고 11일 폭로했다.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냈던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과 포섭, 신체적 고문, 정신적 고문, 자백유도제를 통한 무저항 상태로의 굴복 등 단계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조작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이 계엄을 통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상대로 고문을 해 부정선거에 대한 허위 자백을 받아내려는 계획을 세웠음이 드러난 바 있는데, 박 의원은 여기에 더해 '약물' 사용 계획까지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계엄 하에서 정치인과 시민들을 신문·고문하는 과정을 전제로 어떤 약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조사 과정에서 피조사자의 정신과 육체를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고문 계획"이라며 "이 문건 작성 과정에서 만에 하나 국군의무사령부가 특정 부대의 요청을 받아 정보를 제공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의료윤리와 국제인권규범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고문·약물 사용 검토 문건 공개하는 민주당 박선원 의원. 연합뉴스박 의원이 공개한 군 내부 문건은 '협상과 설득을 통한 주요 정보 입수 방법'이라는 제목하에 여러 고문 방법을 나열하고 있다.
복면으로 눈을 가리고 나체 상태로 장기간 방치하거나 물을 뿌리는 등 신체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신체적 고문, 독방에 감금하고 가족을 협박하거나 종신형을 선고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정신적 고문과 함께 '자백유도제 사용'이 언급돼 있다.
약물의 유형으로는 진정·수면제로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 마취제인 펜토탈나트륨, 전신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과 케타민 등이 언급된다.
특히 해당 문건은 프로포폴의 '의식 하 진정효과'에 대해 "의식 상태가 약간 저하돼 있는 상태로 외부의 도움 없이 자발적 호흡이 가능하고, 질문이나 외부의 물리적 자극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는 얕은 진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케타민에 대해서는 "향정신성 약물로 병원급 이상의 전문의(정신건강의학, 마취과) 처방 필요"라는 언급도 있다.
박 의원은 전자에 대해선 "심문시 사용한다면 피조사자는 스스로 말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판단·저항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유도 질문과 협박에 휘둘리기 쉽다", 후자에 대해선 "신문시 사용할 경우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약 때문에 꾸는 악몽인지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고 후유증이 남는다. 사람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붕괴시키는 고문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진상규명의 초점은 누가 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가 돼야 한다"며 "12월 3일 내란 기도와 오늘 제가 공개하는 약물 고문 계획 문건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해방 후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실수를 또 한 번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이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아울러 "이 문건은 이미 수사 당국에 가 있을 수 있는데, 문제는 수사를 안 하는 것이다. 때문에 종합 특검이든 내란 특검 2기든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워낙 비윤리적이고 생각도 할 수 없는 범죄여서 수사할 엄두가 안 났을 수 있지만, 문건이 존재하고 작성자와 보고자가 존재한다. 노상원은 실제로 '롯데리아 회동'을 통해 고문 계획과 도구를 준비했기에 수사하면 충분히 밝혀질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