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제공2040년에 부족한 의사 수가 최대 약 1만1천명 수준일 것이라는 추계 결과가 나왔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논의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제12차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열고 2025년부터 2040년까지의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를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수급추계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독립 심의기구로, 중장기 의사 인력 수급을 주기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추계위는 지난해 8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10차례 이상 회의를 열어 수급추계 방법과 가정, 변수 등을 논의했으며, 이번 회의에서 그간의 논의를 종합해 최종 결과를 확정했다.
기초모형 기준 추계 결과를 보면, 2035년 의사 수요는 13만 5938명~13만 8206명 수준으로 추정된 반면, 공급은 13만 3283명~13만 4403명에 그쳐 총 1535명~4923명의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2040년에는 수요가 14만 4688명~14만 9273명, 공급은 13만 8137명~13만 8984명으로 추정돼 부족 규모가 5704명~1만 1136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추계위는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와 근무일수 변화 등 미래 의료 환경을 반영한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이 경우 의사 수요는 2035년 13만7545명, 2040년 14만 8235명으로 추정됐다.
의료 이용 적정화 등 보건의료 정책 변화를 고려한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수요는 2035년 13만 6778명, 2040년 14만 7034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수요 추계는 입·내원일수를 기준으로 한 의료 이용량을 토대로 산출됐다. 의료기관 유형별 시계열 모형과 인구 구조를 반영한 조성법을 병행해 분석했으며, 공급 추계는 의대 모집인원과 국가시험 합격률, 임상 활동률, 사망률 등을 반영해 계산했다.
추계위는 이번 수급추계가 미래 의료 이용 행태와 기술 발전을 완전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전제로, 현재 시점에서 관측 가능한 자료와 합의 가능한 가정을 바탕으로 수행됐다고 설명했다. 관련 논의 결과와 정책적 고려 사항은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보정심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이번 수급추계 결과를 존중해 보정심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보정심은 지난 29일 첫 회의를 열고 위원회 운영계획과 의사인력 양성 규모 심의 기준안을 논의했으며, 내년 1월부터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35년 기준 의사 부족 규모를 약 1만5천명으로 추산하고 이를 근거로 5년간 매년 2천명씩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번 추계 결과에 따르면 2035년 기준 의사 부족 규모는 최대 4923명으로, 이를 10년간 해소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 500명 수준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증원 규모보다는 낮은 수치다.
다만 이날 추계위 최종 회의에서는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 추계위원장은 "모든 위원들이 모든 방법이나 가정이나 변수에 대해 동의한 것은 아니다"며 "위원 한 명 한 명 의사를 다 반영해서 결정했다. 일종의 표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추계위 논의 결과와 향후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보정심 구조에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추계위 논의를 겨냥해 "부실한 데이터와 정책적 비약에 기반한 일방적 의대 정원 결정은 전 정부의 과오와 다를 바 없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보정심이 그동안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정부의 거수기 역할만 해왔다"며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의료 대란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