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배우자 이모씨의 횡령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기 석 달 전 김 의원이 일종의 '알리바이 문건'을 입수해 수사를 대비했던 정황이 확인된 가운데 해당 알리바이 문건 내용과 이씨에 대한 경찰의 불입건 결정 통지서 내용이 적지 않게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 측이 내사 정보를 알고 이를 대비한 정황을 넘어, 수사를 대비한 문건이 이씨에 대한 경찰의 불입건 결정 근거가 된 모양새여서 '봐주기 수사' 의혹이 증폭될 전망이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병기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A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동작경찰서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김 의원의 전직 보좌관 B씨가 김 의원에게 일종의 수사 대비 서류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2024년 5월 20일 서울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이 비밀리에 만나 김 의원 아내 이씨에 대한 내사 상황을 논의하면서 B씨가 해당 서류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A씨는 "김 의원이 내게 (B씨에게 받은) A4용지 3장 분량의 서류를 '살펴보라'면서 건네줬다"며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 카드내역과 이씨·조 전 부의장의 알리바이 같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는 김 의원 배우자 이씨와 조 전 부의장 등에 대한 경찰 내사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다. 경찰은 이씨가 조 전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2022년 7월과 9월, 11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썼다는 의혹을 내사하고 있었다. 그해 3월 관련 부패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경찰은 4월 말부터 별도 내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5월 권익위원회가 사안을 경찰에 넘겨 함께 내사가 진행됐다.
이른바 '알리바이 문건'을 살펴봤던 A씨는 몇 가지가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이씨가 결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카드내역에 '주민센터 행사와 행정 사무감사' 등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카드결제 내역에는 당시 'XXX 예술 행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메모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이씨의 불입건 결정 통지서에는 A씨의 기억과 유사한 내용들이 확인된다. 경찰이 2024년 8월 이씨를 불입건 처분한 주요 근거 중 하나는 카드 사용 때마다 근처에서 동작구의회 행사나 일정 등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씨가 아니라 조 전 부의장이나 다른 구의원이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씨의 사용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었다.
경찰의 불입건 결정 통지서에는 "22년 9월 동작구 소재에서 법인카드가 사용되었으나 그날 식당 부근에서 'XXX 예술 행사'가 진행된 점, 법인카드는 부의장 외 다른 의원들도 의정활동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조례가 확인된 점"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A씨가 알리바이 서류에서 봤던 'XXX 예술 행사'와 겹치는 부분이다.
또 불입건 결정 통지서에는 "그 당시 '동주민센타'에서 '제325회 동작구의회 제2차 정례회 행정 사무감사' 일정이 확인된 점"이라며 "참석자들이 지참한 식비를 걷어 계산했다는 공통 진술이 확인"이라고 명시돼 있다. A씨가 앞서 말한 '주민센터와 행정 사무 감사' 내용과 상당히 유사한 대목이다.
A씨는 CBS노컷뉴스에 "불입건 결정 통지서 내용과 김 의원에게서 받았던 서류의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 같다"며 "서류를 돌려주자 김 의원이 '그렇게 내면 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김 의원의 전직 보좌진인 B씨가 동작경찰서 수사팀과 소통했고, 그 과정에서 해당 서류를 넘겨받아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김 의원 아내를 내사하던 경찰이 외려 수사 대상인 이씨의 무혐의 논리 구성을 도운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다.
A씨는 지난 5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해 10시간가량에 걸쳐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조사에서 A씨를 상대로 '수사 무마 청탁 의혹' 등에 대해 자세히 묻는 등 김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 전반을 전방위로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CBS노컷뉴스는 관련 의혹에 관해 김 의원 측과 B씨 등에게 수 차례 연락했지만 반론이나 별다른 답을 듣지 못 했다. B씨와 소통한 것으로 지목된 당시 수사팀장 C씨는 "경찰관으로서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B씨와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김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결백을 주장하면서 아내 이씨의 금품 수수 및 구의원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전부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