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아파트 소유자들은 해마다 4월이면 공시가격 발표를 앞두고 긴장한다.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일수록 분위기는 더 예민하다. 공시가격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단 하나다. "보유세가 얼마나 오를까."
공시가격 발표는 세금의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집값 상승분은 자동으로 일부 반영되지만, 최종 세 부담의 강도는 정부의 정책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보유세 체계를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지에 따라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공제 구조는 다시 설계될 여지가 있다.
보유세는 공시가격 확정으로 끝나는 단선적 구조가 아니다. 6월 1일 과세 기준일을 거쳐 여름 재산세 고지와 7월 세법개정안 발표, 그리고 12월 종합부동산세 고지까지 이어지는 8개월짜리 시간표 속에서 단계적으로 확정된다.
4월 공시가격…'기초값'이지만 방향을 예고한다
보유세 산정의 첫 단계는 국토교통부가 4월 발표하는 공시가격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세 기초 자료가 된다. 매년 1월 1일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90%까지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추진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해당 계획은 중단됐다. 이후 공시가격은 급격한 현실화보다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 조정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의 주택가격 동향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9~12% 상승했다. 특히 강남·서초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은 15~20%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산정하는 올해 공시가격 역시 시세 상승분을 반영해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분모인 시세가 오르면서 실질적인 세 부담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다만 공시가격은 어디까지나 '기초값'이다. 세 부담의 체감은 이후 단계에서 결정된다.
6월 1일 기준 확정…여름에 먼저 오는 재산세
공시가격이 발표되면 6월 1일을 기준으로 보유 여부가 확정된다. 이 날짜가 지나면 그 해 보유세 납세 의무가 지워진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재산세다. 재산세는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고지된다. 세율이 바뀌지 않더라도 공시가격이 오르면 세 부담은 자동으로 증가한다.
올해 강남권과 마용성 지역 아파트 소유자들이 납부해야 할 재산세(지방교육세 및 재산세 도시지역분 포함)는 전년 대비 평균 20~40%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시세 자체가 워낙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최근 실거래가 52억 원을 기록한 서초구 반포동 A아파트(전용 84㎡)의 경우 공시가격 약 35억8천만 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재산세는 약 980만~1020만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00만 원 대에서 재산세만으로도 '1천만 원'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마포구의 B아파트(전용 84㎡)는 최근 실거래가 24억5천만 원을 기준으로 공시가격 16억9천만 원을 적용하면, 재산세는 약 510만 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약 380만~400만 원 초반대와 비교하면 20%가량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여름 고지서는 정책 변화가 없어도 세금이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순간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정책이 개입하는 지점
공시가격이 확정되면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이를 기준으로 기본공제와 세율을 적용해 세액이 정해지기 때문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조절하는 핵심 수단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보유세 부담을 완화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 90%를 웃돌던 이 비율을 60%까지 낮췄다. 기본공제도 확대했다.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다주택자는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됐다.
현재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앞서 언급한 서초구 A아파트 소유주가 내야 할 재산세와 종부세 합산액은 약 2500만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마포구 B아파트 역시 총 보유세가 600만 원을 넘는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의 경우 40~80% 범위, 종부세는 60~100%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소폭만 조정해도 세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세율을 직접 건드리지 않아도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다.
7월 세법개정안과 6월 3일 지방선거…정책의 분기점
연합뉴스보유세의 실질적 방향은 7월 발표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 윤곽이 드러난다. 세율과 공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여부가 이때 제시되고, 이후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재산세가 집값 상승에 따라 자동 반영되는 영역이라면, 종부세는 정부의 정책 판단이 개입하는 영역에 가깝다.
여기에 6월 3일 지방선거라는 정치 일정이 겹친다. 보유세는 민심과 직결되는 정책인 만큼 선거 결과는 정부·여당의 정책 부담을 가늠하는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우위를 점할 경우 보유세 체계 조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반대라면, 즉 접전이나 야당이 선전할 경우에는 세 부담 확대에 신중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총선까지는 아직 2년 이상 남아 있다. 단기 정치 일정과 중장기 세제 방향 사이에서 정부는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12월 종부세 고지…최종 정산의 순간
최종 세액은 12월 종부세 고지서를 통해 확정된다.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공제 기준 등이 모두 반영된 결과가 집주인에게 통지된다. 이때 집주인들은 비로소 "들고 갈 것인가, 줄일 것인가"를 다시 계산한다.
세 부담이 예상보다 크면 연말에서 이듬해 초 매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부담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시장은 다시 관망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집값은 이미 올랐다. 공시가격은 그 상승을 숫자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재산세는 여름에 1차로 반영되고, 종부세는 겨울에 최종 결정된다. 집값 상승이 기대라면, 세금은 확정이다. 기대는 미룰 수 있지만 고지서는 늦출 수 없다.
보유세는 한 번에 결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확정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시장은 4월 공시가격 발표 때부터 이 시간표를 계산하며 움직이고, 고지서가 도착하는 순간 선택을 구체화한다.
집값 이후에 도착하는 것은 단번의 충격이 아니라,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친 세금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