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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3% 오르면 보유세는 5%↑…'구간 점프'의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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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공시가격 3% 오르면 보유세는 5%↑…'구간 점프'의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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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집값은 이미 올랐다.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이제 세금의 기준이 된다. 1·29 공급대책만으로는 수도권 핵심지 수급 불균형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세제와 금융을 통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연속 기획 '집값, 이후 세금'은 증세 찬반을 다루지 않는다. 이미 형성된 가격이 어떤 제도적 경로를 거쳐 세 부담으로 전환되는지, 그 시간표 속에서 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고 정부는 어떤 정책 카드를 꺼내 드는지를 짚는다.

    [집값, 이후 세금③]세율 인상 없어도 작동하는 자동 증세 구조
    공시가격 현실화율·누진세 구조…시세 상승이 곧 세금 증가
    2주택 이하·3주택 이상 모두, 구간 점프로 체감 세 부담↑
    세율 인상 없어도, 집값 상승만으로 보유세 부담 확대 구조

    2025년 주택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주택 보유세수 변화. 국회예산정책처 제공2025년 주택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주택 보유세수 변화.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세율 인상이나 세제 개편이 없더라도 보유세 부담이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구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집값 상승이 공시가격을 거쳐 과세표준 증가로 이어지는 현행 체계상, 시장 가격 상승 자체가 세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금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시세 상승, 공시가격으로 전이되는 구조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분석한 최근 1년간(2024년 12월 30일~2025년 12월 29일)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71% 상승했다. 수도권 역시 3.29% 올라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실거래가 기준 시세가 오르면 다음 해 공시가격에 반영된다. 공시가격은 세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격으로, 현재 조세·복지 등 67개 제도에서 활용된다.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을 시세의 일정 비율 수준에서 산정한다. 올해 공동주택 전체 시세반영률은 지난해와 같은 69.0%로 4년째 유지되고 있다.

    다만 공동주택은 가격 구간별로 9억 원 이하 68.1%, 15억 원 이상 75.3% 등 차등 적용된다. 이를 감안하면 시세 10억 원 주택의 공시가격은 약 7억 원 안팎에서 결정되는 구조다.

    결국 시세가 오르면 동일한 현실화율을 적용하더라도 공시가격은 상승하고, 이는 과세표준 확대를 통해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공시가격 3.3% 오를 때 세금은 5.6% 증가

    연합뉴스연합뉴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025년 주택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주택 보유세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3.3% 상승했다. 이는 2024년 상승률(1.3%)보다 2%p 높은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표준단독주택 1.97%, 공동주택 3.65%, 개별단독주택 1.99% 각각 올랐다.

    같은 조건을 적용할 경우 보유세는 전년 대비 5.6% 증가한 7조3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세금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난 셈이다.

    차이는 보유세가 누진세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과세표준이 일정 구간을 넘어서면 더 높은 세율이 적용돼 세 부담 증가 폭이 확대된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구성된다.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①공시가격 산정 ②공정시장가액비율 적용 ③과세표준 산출 ④과세표준 구간별 세율 적용 단계로 이뤄진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와 종부세 모두 60%가 적용된다. 공시가격이 10억 원인 아파트를 예로 들면, 재산세의 과세표준은 6억 원이 된다. 종부세는 1주택자의 경우 기본공제 9억 원을 차감한 1억 원에 60%를 곱해 6천만 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누진 구조가 만드는 '구간 점프' 체감

    여기에 구간별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2주택 이하 보유자의 경우 과세표준 3억 원 이하에는 0.5%, 3억 원 초과~6억 원 이하에는 0.7%, 6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에는 1.0%, 94억 원을 초과하면 2.7%의 세율이 적용된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0.5%~5.0% 범위에서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세율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누진 구조에서는 공시가격이 일정 구간을 넘는 순간 세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과세표준이 5억9천만 원이던 주택이 공시가격 상승으로 6억1천만 원이 되면, 일부 금액에 1.0% 세율이 적용된다. 이전에는 0.7% 구간에 머물렀지만 상위 구간으로 넘어가면서 세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상승폭은 2천만 원에 불과하지만, 세금은 단순 비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 상승폭보다 세금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분석한 시뮬레이션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확인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 재산세 45%를 가정할 경우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의 보유세는 2024년 약 1007만 원에서 2025년 약 1275만 원으로 268만 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어 올해는 1790만 원 수준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 역시 2024년 약 1167만 원에서 2025년 약 1572만 원, 올해는 2125만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이는 특정 가격과 가정을 전제로 한 추정치로 모든 주택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대가 낮은 주택은 과세표준 구간이 낮아 증가 폭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구조는 동일하다.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과세표준이 커지고, 누진 구조에 따라 세 부담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세율 안 바뀌어도 구조는 작동한다

    보유세 증가는 반드시 세율 인상이나 세제 개편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누진세율 체계가 유지되는 한, 집값 상승은 자동으로 과세표준을 키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세금 증가 가능성이 실제 고지 이전부터 심리에 반영된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재산세는 매년 6월 1일 기준으로 산정돼 7월과 9월에 고지되고, 종부세는 12월에 부과된다.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4월에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순간부터 납세자들은 예상 세액을 계산하며 보유와 매도 여부를 고민하게 된다.

    우 위원은 "아파트 공시가격을 열람하기 시작하면 주택 소유자들은 공시가격을 보고 (납부할 세금을) 추정하거나 직접 계산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논쟁은 단순히 '정부가 세금을 올렸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 가격 상승이 얼마나 빠르게, 어떤 경로를 거쳐 세 부담으로 전환되는가의 구조적 문제다.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한, 집값 상승은 단계적으로 세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율이 그대로여도 세금은 오른다. 구조는 이미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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