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정부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한 이송체계 개편안을 내놓는다. 중증 환자의 경우 119구급대 대신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이송 병원을 직접 지정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송체계 개편보다 배후 진료 확충 등 응급실 의료 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중증 응급' 이송 병원 지정
2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25일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추진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119구급대는 환자 중증도와 관계없이 개별 병원에 일일이 연락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왔다.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이송 방식이 달라진다.
심정지나 뇌출혈 등 중증 응급환자의 경우, 복지부 산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인근 병원의 병상·인력·장비 등 가용 자원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이송 병원을 지정하고 이를 119구급대에 통보한다. 골든타임을 넘길 우려가 있을 때에는 상황실이 '환자 우선 수용 병원'을 지정할 수 있다. 지정 병원은 응급 처치를 시행한 뒤 필요할 경우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까지 책임져야 한다.
경증 환자는 기존처럼 119구급대가 이송을 맡되, 병원이 사전에 공개한 진료 가능 분야를 기준으로 병원을 선정한다. 병원이 미리 밝힌 수용 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환자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환자 이송 지연을 줄이고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원의 진료 역량에 맞춰 환자를 분산 배치함으로써 의료 자원 활용의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범사업은 이달 말부터 5월까지 3개월간 광주·전남·전북에서 우선 시행된다. 정부는 운영 결과를 평가한 뒤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송 체계 문제가 아니라 치료 가능한 병원이 부족"
황진환 기자하지만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이송체계 개편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실 과밀과 배후 진료 부족 등 구조적 문제를 함께 개선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설 연휴 기간 응급내시경이 필요한 환자가 있었지만 수도권 병원 30곳에 연락해도 수용되지 않았다"며 "119가 몰라서 이송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치료 가능한 병원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 우선 수용 병원'을 지정하더라도 이미 과부하 상태인 병원이 추가 환자를 받게 되면 기존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배후 진료 체계 확충 등 의료의 질을 높이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인 광주·전남·전북 의사회도 공동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 의사회는 "정책 설계 과정에서 일선 응급실 의료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이송 체계만 바꾸는 것은 지역 의료체계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