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코스피 지수가 경기 회복 기대와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증시 열풍 속에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상향 조정하는 등 장밋빛 경제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다.
다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 회복세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반면 반도체와 수출 의존도는 더 커지는 '케이(K)자 양극화 성장'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 '꿈의 6천'도 훌쩍…사상 최고치 행진
지난달 25일 6천 고지를 밟은 코스피가 26일엔 엔비디아 호실적에 상승세를 이어가며 역대 처음으로 6,300선을 돌파했다.
27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63.14포인트(1.00%) 내린 6,244.13에 장을 마쳤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코스피 '불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계 투자은행(IB) 노무라에 이어 국내 증권사인 유안타증권도 올해 코스피 상단을 8천 선으로 제시하는 등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이 지속될 경우 '8천피' 이상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수출 호조…한은, 올해 성장률 2.0%로 상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증시 불장과 함께 한국은행이 상향 조정한 올해 성장률 전망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1.8%)보다 0.2%포인트 높은 2.0%로 제시했다. 한은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1.8~2.0%) 수준이다.
한은의 올해 전망치는 정부 전망치(2.0%)와 같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각 1.9%)보다 높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0.3%)한 기저효과 등으로 1분기 성장률도 1%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국내 주식이 급등하고, 수출 증가 등으로 일부 대기업들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한은도 결국 성장률 전망을 상향한 것이다.
반도체·수출 의존 성장…소득·자산·산업별 격차 확대 우려도
다만,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기 어려울 것이란게 한은의 걱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 성장률'의 3분의1 이상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조업'에 의존할 전망이다.
반도체와 수출을 빼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전망과 같은 1.8%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4%로 잠재성장률보다 크게 낮고, 주가 상승은 주로 상위 소득자와 기관들이 소유하고 있어 소득별로 혜택의 정도에서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자산 가격 상승이 소득·자산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의 양극화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가 IT 중심으로 성장하고 비(非)IT 분야의 성장률은 1.4%로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그쳐 IT와 비IT의 간극은 굉장히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골 깊어지는 K-양극화'…"재정·구조조정 정책으로 대비해야"
코스피가 6천 선을 돌파하면서 증시와 체감 경기와의 괴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2월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0.2포인트(p) 오른 94.2로 집계됐지만, 예년 평균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지수가 과거(2003년 1월~2024년 12월) 평균(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반대로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실물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19개월째 기준선(100)을 밑돈 반면, 선행지수는 103.1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주가 상승으로 미래 기대를 반영하는 선행지수는 높아졌지만, 현재 생산·소비·고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 침체도 계속되면서 실질소비는 5년만에 감소로 전환했다.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소비를 뜻하는 '실질 소비지출'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0년 이후 5년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비지출은 252만원으로 전년보다 1만1065원(0.4%) 줄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0.5%)은 10년 만에 최대로 확대됐고, 기업대출 연체율(0.59%) 가운데 중소기업(0.72%)의 상승폭이 컸다.
이창용 총재는 정보기술 중심 성장, 주가 상승,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을 들어 "통화정책으로 양극화를 해결하긴 어렵고, 재정과 구조조정 정책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