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기둥이 꺾여 파손된 풍력발전기. 경북소방본부 제공경북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로 3명이 숨진 가운데 풍력 설비 전반의 안전 관리 부실과 제도적 공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내세우며 풍력 설비의 안전 관리 사각지대를 만들어 사고를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1시 11분쯤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의 풍력발전 19호기 프로펠러 부분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풍력발전기 유지·보수업체 소속 정비 작업자 3명은 모두 숨졌다. 이들은 발전기 날개(블레이드)에 생긴 균열을 보수하는 작업을 수행하던 중으로, 이 중 2명은 계약직원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고 당시 작업 현장에는 원청인 풍력발전 단지 운영사 소속 직원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3일 화재가 발생한 영덕 풍력발전기. 독자 제공화재 발생 이틀째를 맞았지만 불은 아직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고 있다. 지상 80m 높이에 있는 구조물의 특성과 내부 유류 물질이 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어서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친환경 에너지 시설에 대한 제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행법상 풍력발전기는 '건축물'이 아닌 '구축물'로 분류돼, 소화설비 설치 의무가 없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난 발전기 역시 자체 소화설비에 의존했고 화재 당시 정상 작동 여부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발전기 상부에는 비상 탈출용 로프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업자들은 이를 사용하지 못한 채 숨졌다. 비상 대응 체계와 작업자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해당 설비는 2005년 준공 이후 20년이 넘은 노후 설비로 설계수명을 넘겼지만 교체 의무는 없었다.
지난 23일 화재가 발생한 영덕 풍력발전기. 경북소방본부 제공특히 지난달 2일에는 해당 풍력발전단지에서 날개가 파손되며 풍력발전기 몸체 가운데가 꺾이며 붕괴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이후 실시한 특별 점검에서도 '이상 없음' 판정이 내려졌다.
결국 노후 설비와 형식적인 점검, 제도 공백이 겹치면서 사고를 일으켰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북은 전국 풍력발전기 4대 중 1대가 설치돼 있을 만큼 풍력발전 비중이 높아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875기로, 이 중 경북은 9개 시·군에서 222기를 운영해 25.3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 확대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은 안전 기준과 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지은 지 20년이 지나서 낡았고 계속 사고가 난 만큼 기후에너지부 등 정부에 건의해 해당 풍력발전단지의 발전기를 모두 철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