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대적인 산재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 2022년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로 전년 대비 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도 높은 대책을 추진했으나, 그 첫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31일 발표한 잠정결과에 따르면, 2025년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총 605명, 사망사고 건수는 57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사망자 589명(553건) 대비 16명(2.7%) 증가한 수치다.
영세 건설현장서 사고 속출…제조업은 감소세
고용노동부 제공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업과 영세 사업장이 몰린 기타업종이 사망자 증가를 주도했다. 건설업 사망자는 286명으로 전년 대비 10명 늘었고, 기타업종은 161명으로 23명 급증했다. 반면 제조업 사망자는 158명으로 전년보다 17명 줄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0인(50억 원)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351명이 숨져 전체 사망자의 절반을 훌쩍 넘겼으며, 전년 대비 12명 늘어났다. 이 가운데 5인(5억 원) 미만 초영세 사업장 사망자가 174명으로 전년 대비 22명(14.5%)이나 증가한 반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177명으로 1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0인(50억 원) 이상 사업장의 경우 254명이 사망해 전년 대비 4명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제공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건설업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50억 원 이상 현장의 대형 사고 영향도 지적하면서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공사 기간이 짧고 안전 관리 수준이 열악한 5억 원 미만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전년 대비 25명이 증가한 게 증가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현장 밑단의 영세한 소규모 현장들의 안전 관리가 부실해졌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제조업에서 사망자가 감소한 원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영세 건설 업체보다 현장 제어가 가능한 제조업 같은 경우에는 산재 감축 메시지가 현장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소매업, 임업·어업 등 기타업종에서는 지게차 부딪힘, 폭발, 벌도목 맞음, 양식장 익사 등의 사고가 증가 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떨어짐' 재해 여전히 1위…경북 지역 사망자 급증
고용노동부 제공
재해 유형별 통계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지적했던 '떨어짐' 사고가 249명(41.2%)으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년보다 22명 늘어났다. 이어 '물체에 맞음'이 72명으로 전년 대비 11명 감소했고, '부딪힘'은 62명으로 12명 증가했다. '끼임' 사고는 50명으로 16명 줄었으며, '깔림·뒤집힘'은 39명으로 7명 감소, '화재·폭발'은 31명으로 13명 감소했다. 반면 '무너짐' 사고는 38명으로 전년보다 무려 18명(90.0%)이나 늘어났고, 기타 유형 사망자는 102명으로 집계됐다.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는 경기 지역이 126명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으나 전년보다는 58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경북 73명, 경남 58명, 서울 48명, 전남 41명, 충남 37명 순이었으며, 강원과 부산, 울산이 각각 35명씩 발생했다.
이 밖에 인천 28명, 전북 27명, 대구 19명, 충북 19명, 광주 13명, 대전 5명, 제주 4명, 세종 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북 지역은 전년 대비 사망자가 34명 급증하고 울산도 13명 늘어난 반면, 경기 지역은 적극적인 지도와 협업을 통해 감소 폭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내·외국인별로는 전체 605명 중 내국인이 534명(88.3%), 외국인이 71명(11.7%)을 차지했다.
노동부 "안전문화 정착 과정…현장 지켜보는 눈 늘릴 것"
정부는 이번 통계를 바탕으로 작은 사업장 등 산재 취약 분야에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길목 찾기'와 전담 관리를 통해 고위험 소규모 사업장을 집중 살피고, '안전한 일터 지킴이' 1천 명을 투입해 영세 사업장 중심의 지도 점검을 늘리며, 안전 개선 의지가 부족한 불량 사업장은 엄중 조치하기로 했다.
나아가 감독 점검 방식에 있어서도 과거 시정 지시 중심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즉각적인 사법 처리 수순을 밟는 등 경각심을 대폭 높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한 명이라도 덜 돌아가시게 하는 게 저희 정책 목표"라며 국민이 현장 위험을 직접 신고하는 '안전한 일터 신고포상금' 제도 추진 등을 통해 사업장을 지켜보는 외부의 눈을 늘려 안전 문화를 굳건히 뿌리내리게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