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연합뉴스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 기업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만에 지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넘어서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분기 매출 133조·영업익 57.2조…HBM4·일반 D램 '쌍끌이'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7조2천억 원을 기록했다고 7일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8.06%, 영업이익은 755.01% 폭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37조 원)를 한참 웃돈 것은 물론,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해 4분기(20조1천억 원) 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총 영업이익(43조 6010억 원)보다 13조 6천억 원 가량 많다. 불과 3개월 만에 작년 1년 치 농사를 뛰어넘는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인 마이크로소프트(약 57조 원), 구글(약 54조 원), 메타·아마존(약 38조 원)의 직전 분기 이익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수준이다.
실적 점프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DS) 부문이다. 사업부별 세부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5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인 AI 데이터센터 증설 붐이 결정적이었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서버에는 기존 제품보다 전력 효율이 높고 대역폭이 넓은 DDR5(차세대 D램) 탑재가 필수적인데, 이 수요가 폭증하며 서버용 DDR5 가격이 전 분기 대비 76%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황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가 차세대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굳혀가는 모양새다. 단순히 범용 제품의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AI 연산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규격인 DDR5 등 고부가 가치 제품군에서 압도적인 수율과 공급 능력을 증명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6세대 HBM4의 핵심 공급 파트너 지위를 선점하며 기술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설비를 집중하면서, 일반 D램 공급 부족이 심화됨에 따라 올 2분기에도 전년 대비 최대 63%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리 동맹 확장… 2027년 '세계 영업익 1위' 조준
삼성전자 제공파운드리 부문의 성장 잠재력도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밝히고 있다. 기존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협력에 이어 최근 AMD와의 파운드리 동맹 가능성까지 구체화되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장밋빛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6개월 전 대비 4.8배 상향된 227조 원대로 잡고 있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한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메모리 공급 부족 장기화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로 327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2027년에는 488조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노사 갈등 격화는 향후 호실적을 가로막을 최대 복병으로 부상했다. 시장에서는 성과 보상안을 둘러싼 눈높이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조가 예고한 단체 행동이 실적 질주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실적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사측이 지난 교섭 당시 DS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을 200조 원으로 가정해 보상안을 제시했으나, 올해 영업이익 270조 원 이상이 확실시된다"며 "실제 성과와 실적 전망에 맞는 정당한 보상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매도 제한 자사주 지급' 방식을 재산권 침해와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노조가 4월 23일 투쟁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5월 중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생산 라인 가동에 차질은 물론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