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칼럼]나의 나라 이름은 무엇인가

  • 0
  • 0
  • 폰트사이즈

사설/시론/칼럼

    [칼럼]나의 나라 이름은 무엇인가

    • 0
    • 폰트사이즈
    연합뉴스연합뉴스
    대만은 나라 이름이 4개다. 중화민국, 자유중국, 차이니스 타이페이, 대만 등이다.
     
    대만이 이처럼 많은 호칭을 갖게 된 데에는 한때 동맹이었던 미국의 대 중국 전략이 수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냉전기에 대만은 정식 국호인 중화민국으로 통했다. 대만 섬은 물론 본토까지 포함해 중화를 대표하는 유일한 나라로 인정됐다. 강대국 클럽인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기도 했다. 공산화된 중국 본토와 한국 전쟁 이후 적대 관계였던 미국의 적극 지원 덕분이었다. 한국전 휴전 직후인 1954년에는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어 동맹국이 됐다.
     
    하지만 1971년 들어 미국은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에 본격적으로 접근했다. 그해 대만은 UN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쫒겨났다. 그 자리에는 중국 본토 정권이 앉게 됐다. 국제 사회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나라는 중화민국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이 된 것이다. 미국은 1979년 아예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 본토와 수교를 맺는다. 대만이 중화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쓰지 못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였다. 미국은 더 나아가 대만과의 상호방위조약도 폐기하며 동맹 관계까지 끊어 버린다. 올림픽에서는 이 때부터 '차이니스 타이페이'가 대만의 공식 명칭이 됐다. '중국의 타이페이', '중화의 타이페이' 등 중국과 대만의 아전인수격 해석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발상이다.
     
    1980년대 대만은 '자유중국'으로 흔히 불렸다. '중공(중국 공산당, 즉 중국 본토)'과 구별짓겠다는 정치적 호칭이었다. 신냉전 시대 미국은 다시 대만에 접근했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기한없이 판매하고 이에 대해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겠다는 '6대 보장'을 대만에 제공했다.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는 미국의 일극 체제였다. 세게 각국을 상대로 시장 개방과 자유 무역을 압박했고 중국도 세계 경제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반면 대만의 영향력은 급격히 쪼그러들었다. 호칭도 섬 이름인 '대만(타이완)'이 널리 쓰였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이 G2로 불릴만큼 경제력과 국방력이 성장하자 미국에게 대만은 중국 견제에 본격 나섰다. 대만은 다시 '사실상의 동맹'의 위치로 복원됐다. 2018년에 미국은 대만여행법을 제정해 그동안 금기시했던 양국 고위 관료의 공식 방문을 전격 허용했다. 그러면서 '현상 변경 불가'와 '자유 항행'을 내세우며 대만 방어에 적극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대만의 곡절 많은 호칭에 또 한번 변곡점이 생길 수 있을 듯하다. 지난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대만 방어를 포기한 듯한 언행을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시진핑과 회담에서 '대만 무기 판매 여부를 협상 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40여 년 전 레이건 대통령이 대만에 약속했던 '무기 판매 사전 협의 불가' 원칙을 깨뜨린 것이다.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미 의회 승인까지 받은 대만 무기 판매를 재고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치고 있다.
     
    대만이 발칵 뒤집힌 건 물론이다. 오바마와 바이든 정권은 물론 1기 트럼프 때에도 지속된 미국의 대 중국 견제 전략이 트럼프 2기 취임 이후 갑작스럽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이 다시 버림받는 것 아니냐' '미국은 반도체만 챙길 뿐 대만에는 관심없다'는 당혹스러움과 분노가 대만 여론을 채우고 있다. 가까운 시기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자괴감도 읽힌다.
     
    최근 대만을 보며 한미동맹의 현실도 다시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다. 동맹은 영원하지 않다.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깨지기도 하고 다시 복원되기도 하는 게 동맹이고 현실 외교 관계다. 동맹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국익 실현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동맹 강화에 노력하면서 스스로 헤쳐갈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는 것에도 진력해야 한다. 한미동맹만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행위는 자신의 운명을 다른 이에게 맡기는 무책임한 것이다. 나라 이름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암울한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