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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의 신임 대법관 임명 제청 뒤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적지 않은 고민이 엿보인다.
양 대법원장의 고민은 지난 7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대법관에 임명 제청된 검찰 출신의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이 각종 의혹 속에 국회 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진사퇴하자, 이를 추천한 대법원에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대법원이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진 것.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번 신임 대법관 자리를 앞두고 양 대법원장은 선택을 하지 않고 침묵을 이어갔다.
보통 대법관 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 이후 청와대 임명 제청 보고까지 2-3일이 걸렸지만, 이번 김 대법관 임명 제청에는 보름 가까이인 14일여가 걸렸다.
가장 길었던 전례가 15일로 알려지고 있는데, 양 대법원장도 거의 같은 기간이 걸린 셈이다.
대법원 측은 시일이 오래 걸린 것이 철저한 검증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윤성식 대법원 공보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4명의 후보자에 대한 검증도 철저히 하고, 나중에 문제가 불거져 지난 번처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종전보다 철저히 하다보니 시간이 길어졌다"라고 했다.
또 한번의 대법관 낙마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 검증을 세게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또다른 배경이 있다고 보고 있다.
관행처럼 내려온 "검찰 몫"의 대법관 자리 때문이란 해석이다.
이번에 공석이었던 대법관 자리는 안대희 전 대법관의 자리로 ''검찰 출신 인사''의 자리로 인식돼 왔다. 앞서 자진사퇴한 김 전 지검장도 검찰 출신이었다.
검찰에서는 당연히 검찰 출신이 대법관에 임명되기를 강하게 바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검찰에게 다시 대법관 자리를 주기에는 여론이 너무 거센 상황이었다. 법원 내부에서도 ''검찰 몫''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이런 복잡한 배경 탓에 양 대법원장의 선택이 길어졌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임명제청 직전까지도 검찰 출신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김 부장판사의 임명제청으로 ''검찰 몫''의 대법관 자리는 이제 없어졌다는 평이다.
신임 대법관 임명 제청 발표 후에 검찰 내에서는 안타까움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대법관 자리에 다시 우리 (검찰) 출신이 갈수는 없을 것이다"라며 "(대법원장이) 고심을 한 것 같지만, 워낙 여론이 나빠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BestNocut_R]
그러나 시민사회계에서는 ''남성 엘리트'' 일색의 대법관 구성 속에 소수자와 약자를 이해할 여성이 대법관에 임명 제청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김 부장판사가 무난히 국회의 검증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물론 검증에 나서겠지만, 특별한 부분이 없다면 신임 임명자가 대법관에 무난히 임명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