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골프 발각 배경엔 뿔난 '軍心'…제보색출 혈안
윤석열 대통령이 태릉 군(軍)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현장이 CBS노컷뉴스에 취재되자 '트럼프 외교' 구실을 댔다가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골프장을 찾은 날짜는 8월 24·31일, 9월 7·28일, 10월 12일, 11월 2·9일 등 총 7차례다. 트럼프 당선일이 11월 6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6차례는 외교와 무관한 일정인 셈이다.
'거짓말 논란'은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골프 사실을 숨기려 했다가 들키자 의도를 포장하면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은 아랑곳 없이 제보자 색출에 혈안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경찰은 태릉CC 측으로부터 골프장 예약, 경기 진행 등과 관련된 자료들을 확보했다. 하나 같이 보도의 근간이 된 자료들이다.
숨기고 싶었던 윤 대통령의 골프 현장이 발각된 배경에는 성난 군심(軍心·군인들의 민심)이 있었다. 북한의 도발이 있던 당일 골프 라운딩, 장병의 골프를 금지하고 그 자리에 들어간 군통수권자의 자기모순, 타인의 예약을 물리치고도 편의만을 고려했던 무례한 경호 등이 보수적인 군심으로 하여금 제보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
경호처, 취재진에 "경호법 위반" 압박했지만…경찰 "적용 어렵다" 거절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에서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현장을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직원들과 맞닥뜨렸고, 경호처는 취재진에 대한 신원 확인 및 소지품 검사 등을 진행했다.
이후 경호처는 경호상 이유로 취재 중단을 요구했고, 취재진은 이를 수용했다. 경호처는 지금까지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 등을 모두 삭제해 달라고도 요구했고, 취재진은 그 앞에서 휴대폰 초기화까지 진행했다.
그럼에도 경호처는 '대통령 위해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취재진을 둘러싸고 놓아주지 않았다. 경호법을 거론하며 임의동행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취재진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고 내역은 "경호처인데, 시비가 있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노원 경찰서 소속 순찰차 3대와 스타렉스 등 총 5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당직을 서고 있던 과장(경정급)을 포함해 10여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호처는 경찰에 경호법을 거론하며 취재진을 임의동행하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경호법 사안으로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런데 경찰은 경호처 직원과 얘기를 나누더니 갑자기 취재진에게 건조물 침입죄로 임의동행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경호법 적용이 여의치 않자 '별건'(관련이 없는 사건)을 적용한 셈이다.
경찰, '별건' 적용해 취재진 임의동행…"제보자 누구냐" 회유·압박
취재진은 요구를 수용, 인근 지구대로 경호처 직원 등과 함께 임의동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는 취재진을 상대로 계속 제보자를 캐물었고, 지구대에 도착해 진술 조서를 작성할 때도 "어떻게 알았냐"가 주된 질문이었다. 경호처 직원 여러 명이 돌아가며 취채진에게 회유와 압박을 이어갔다.
경호처 입장에서는 대통령 동선이 유출됐다고 판단, 특정 제보자를 캐내고 싶었겠지만 잘못 짚었다. 취재진이 대통령의 골프 현장을 포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성난 '군심'(軍心)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로 위기 상황이라며 현역 군 장성들의 골프 예약은 취소시켜놓고, 그 자리를 차지해 골프를 쳤다. 국군통수권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던 셈이다. 대통령이 골프를 치고 있던 그 순간 북한은 우리나라를 향해 오물 풍선 추가 도발을 감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달 2일에도 골프를 쳤는데, 앞뒤로 몇 팀씩을 비워놓고 치는 과정에서 "무례했다"는 불만이 쏟아져 사정당국에 보고되기도 했다. 억지로 앞뒤 홀까지 다 비워야 했기 때문에 대통령보다 앞서 골프를 치던 사람들을 재촉하는 일도 잦았다. 한 예비역 손님은 계속된 독촉에 "도대체 누가 오길래 그렇게 재촉하냐"며 캐디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野 "국가 추모기간·한미 훈련 때도 골프"…기존 예약자 취소도
야당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올해 8월 한미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기간에도 공군이 운영하는 한성대체력단련장(한성대CC)에서도 골프를 쳤다고 한다. 대통령의 9월 7일 남수원체력단련장(남수원CC) 라운딩은 기존 예약자를 물리치고 했다고 한다. 모두 현역과 예비역들이 이용하는 군 골프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당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으로 8월19~29일은 군 장병의 골프가 금지돼 있었다. 이날(8월24일)은 8월22일 부천 호텔 화재로 사상자가 19명(사망 7명·부상 12명) 나온 이틀 뒤로, 이때는 추모 기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추모 기간이고, 군 대규모 훈련 기간에 국군통수권자이면서 대통령인 분이 골프를 즐겼다는 걸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적 추모 기간이나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가 골프 등을 쳐서 논란이 된 경우가 많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작년 7월 수해 상황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힘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22조 제2항에서는 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국민의힘의 당원이다.
교통통제로 시민 불편, 갑질·민폐 골프…'트럼프 대비' 포장이 더 문제
물론 대통령도 휴일에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문제는 때와 장소다.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갑질' '민폐' 골프일 수밖에 없다.
취재진이 확인한 대통령의 라운딩은 지난달 12일, 이달 2일, 이달 9일로 모두 대통령과 관련한 주요 사건·사고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각각 북한의 도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대통령 통화 육성 녹취 공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직후였다.
또 대통령이 라운딩을 진행하는 날엔 경찰이 동원돼 교통통제가 이뤄지기도 했는데, 주말 오후 12~1시쯤 서울 도심을 이동하는 것이라 교통 체증이 더해져 시민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태도 또한 문제다.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될 것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골프를 대비해 8년 만에 골프채를 들었다는 등 '국익 외교'로 포장하려다가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2024.11.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