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호르몬'의 미국, 엘리트를 혐오하다[글로벌뉴스뒷담]
남성호르몬의 미국, 엘리트를 혐오하다
▶윤지나> 우리가 미국 대선 전까지 박빙 승부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접했는데, 까보니까 박빙은 무슨, 그냥 압승이었습니다. 미국 언론이 어떤 식으로 트럼프 승리를 전달했는지 살펴보면 현지 분위기를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수정> 해리스 지지를 했던 뉴욕 타임즈로 먼저 볼게요 1면에 '트럼스 아메리카', 트럼프의 미국이 됐다고 심플하면서도 좀 드라이한 표현을 이렇게 쓰면서 트럼프의 상반신이 이렇게 클로즈업되고 살짝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을 썼습니다. 보통은 뒤에 성조기가 놓여 있는 웃는 사진을 많이 쓰던데 조금 다크해 보이는 사진을 선택을 했습니다.
▶이정주> 해리스가 됐으면 이런 사진 안 썼을텐데요.
▶윤지나> 완고해 보이는 이미지고 트럼프의 미국이라는 게 트럼프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미국이다 이런 느낌도 좀 전달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박수정> 트럼프 사진 바로 밑에는 신나 있는 일론 머스크. 주가가 뛰어서 70조 더 벌었는데, 투자의 달인입니다. 한 2천억 천억 투자해서 진짜 그 이상 얻겠죠. 이미 유명한 짤은 알고 계시죠.
세면대 들고 이제 이동하는 게 그래서 뭔가 그냥 단순히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겨서 좋다가 아니라 나도 여기서 이제 한 자리 할 거다라는 걸 암시하는 그런 느낌의 사진.
▶이정주> 니들 인마 보고 있냐, 그런 느낌이잖아요.
▶박수정> 여하튼 1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트럼프가 한 번 대통령을 했을 때는 사람들이 트럼프는 미국 역사 속 한 번의 일탈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두 번 당선되니 이제 트럼프는 현대의 미국을 구성하는 어떤 세력이 되었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윤지나> 두 번째 당선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수정> 기사는 트럼프의 미국, 돌아온 승리는 미국을 완전히 새로운 국가로 만들 것이다. 참고로 이 분석 기사를 쓴 사람은 피터 베이커라고 뉴욕타임즈에 굉장히 유명한 저널리스트예요. 뉴욕타임즈의 백악관 수석 특파원이기도 하고 그동안 미국 대통령 5명을 가까이서 이제 지켜보면서 취재한 사람이에요.
▶윤지나> 그럼 굉장히 혀를 끌끌 차면서 썼겠네요. 트럼프 이전에 5명의 대통령들은 굉장히 뭐랄까 전통 엘리트의 어떤 문법을 갖고 있었을 텐데 굉장히 변형적인 사람을 보는 거니까.
▶박수정> 미국의 정치적인 기득권 그리고 양당의 지배 엘리트가 오랫동안 이해해 온 미국이라는 개념은 이제 트럼프의 이 빨간 물결과 함께 쓸려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미국의 정치 문법은 다 잊어라 그런 이야기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럼프의 재집권은 지금 미국의 정체성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보여준다, 당신들이 지금까지 알던 미국은 이제 없을 겁니다, 라고 선언을 해요.
▶윤지나> 새로운 미국의 정체성이란?
▶박수정> 첫 번째가 테스토스테론의 미국이다. 남성 호르몬이잖아요. 우리가 트럼프의 유세 장면만 이미지로 떠올려 봐도 항상 굉장히 남성적인 마초적인 모습을 좀 강조를 했잖아요. 엘리트를 환멸하는 테스토스테론 미국이 남았다라고 정체성을 분석합니다. 앞서 일론머스크가 '워크마인드바이러스'라면서 PC주의를 공격했잖아요. 기사는 깨어 있는 시민 혹은 정치적 올바름 그 피시함에 미국인들은 지쳐 있다라는 걸 보여준다. 이민자에게 지쳐 있다. 그런데 워싱턴의 엘리트 정치인들은 이런 현실을 읽는 감각을 잃어버렸다라고 분석합니다.
▶윤지나> 이런 현실이 맞다는 게 아니라, 이런 흐름을 민주당과 정치권이 읽어내지 못했다는 거네요. 그럼 왜 사람들은 테스토스테론에 환호한다고 봤나요.
▶박수정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 고문 분석도 실렸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를 공략해서 이렇게 성공을 했냐,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문화적 황무지에 있었다고 느끼고 있던 사람들의 소외감, 그들의 좌절의 목소리를 스스로 낼 수 있게 그래서 그 목소리가 미국의 중심이 될 수 있게 트럼프가 끌어내줬다라는 거예요. 쉽게 얘기를 하자면, 미국의 정치 엘리트 굉장히 잘 배우고 올바른 이야기를 하고 정의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미국의 정치에서 중심이었고 이끌어가는 사람들이었는데 사실 나는 이해 못하는데, 나는 살기 힘든데, 라고 생각하고 있던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거죠.
▶이정주> 세계 평화, 민주주의, 자유, 평등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먹히지 않는다는 거예요.
▶박수정> 사람들을 깨우는 방식이 아니라 테스토스테론, 남성호르몬, 그러니까 뭔가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당장 무언가 변화시킬 수 있는 파워를 과시하는 모습이 어필이 됐다. 트럼프가 혐오적인 발언, 막말을 굉장히 많이 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정말 가식 없는 사람이다, 라고 평가했다는 겁니다. 사실 나도 느끼고는 있었던 건데 속 시원하게 해주네, 이런 식이요.
'우리는 함께' 보다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박수정> 트럼프와 해리스가 가장 많이 말했던 문장들도 비교가 됐는데요. 해리스는 투게더, 함께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썼어요. 위고 투게더, 우리는 함께 갈거야. 마지막 연설까지 화합과 다양성 이야기를 합니다. 반면 트럼프는 피격을 당했을 때를 비롯해 파이트, 파이트, 파이트. 싸우자는 굉장히 호전적 이야기를 하는데 사람들이 이 메시지에 훨씬 더 몰입을 했다는 겁니다.
▶윤지나> 우리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강한 지도자 향수를 막 갖잖아요. 전두환이 탱크를 끌고 와야되는데, 전땅크, 막 이런 얘기들을 하죠. 그런 식의 비슷한 정서인가봐요.
▶박수정> 전쟁이 2개나 진행이 되고 있고 고물가에 이민자,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중들은 본능적으로 강력한 인물 그러니까 옳은 인물보다 강한 인물을 원한다라고 지금 이 기사에서는 분석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정주> 민주당의 해리스가 그렇다고 정치적 올바름, PC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도 않아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만날 폭격해 민간인 희생자 계속 나오는데 이스라엘 편을 들고. 민주당이 세계평화를 위해 뭐 하는 것도 없잖아요. 그리고 PC주의는 먹고 살 만할 때 나오는 거예요. 미국의 경제가 세계를 이끌고 빌 클린턴 때 가장 실업률이 낮고 경제 성장률이 높으니까 정치적올바름이 이제 발현이 되는 거지. 이민자들이 나의 직업을 가져간다고 생각하고 맥도날드 1인 세트 먹으려면 1만 8천 원이야? 금리도 높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서민들은 바이든을 원망하게 되죠. 투표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치 효능감을 느끼고 싶어 하죠.
▶윤지나> 박수정 PD가 설명해 준 것은 일종의 문화 전쟁 같은 데서도 트럼프가 제대로 승리했다라는 얘기고 그것을 정리한 뉴욕 타임즈의 기사는 뭐랄까요. 유권자들에게 실망한 거 같은데 대놓고 뭐라고 말은 못하고 그런 게 느껴지네요. 미국 사람들아, 이거밖에 안되냐. 자유, 민주 이런거 필요 없고 그냥 배부른 걸 위해 다 밀어버리면 되는 거지? 이러는 것 같아요.
▶박수정> 좀 자조적이죠. 이제 위대한 미국 이제 다 옛말이다.
▶이정주> 기시감도 좀 있고요. 2012년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어떻게 박정희의 딸이 이 시대에 대통령이 되냐, 당시에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죠.
2024.11.09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