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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눈높이가 아니야"…고용카스트 깰 방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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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눈높이가 아니야"…고용카스트 깰 방도는?

    [대한민국 고용카스트 ④] 고용카스트 해법은? ''''사다리를 허(許)하라''''

     

    ''''많은 청년들이 미취업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좋은 일자리만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초기에 주변부(중소기업, 비정규직) 부문에 고용되면 벗어나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시균 박사는 청년 취업난은 청년들의 높은 눈높이 때문이 아니라, 한 번 나쁜 일자리에 들어가면 좀처럼 빠져 나올 수 없는 현 노동시장의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3년 봄. 3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청년 고용난과 빈자리로 남아있는 18만5천개의 일자리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CBS는 앞선 세 차례의 기획보도를 통해 심각한 청년 취업난의 배후에는 고용이 신분이 되는 사회, 즉 ''고용 카스트''가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점점 고착화 되고 있는 고용카스트를 깰 수 있는 해법은 있을까.

    ◈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고용카스트 2편("전문대 나와도 대기업 잘 가던데"…부모님 말에 불효자 웁니다)에서 소개한 윤모(32)씨는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왔지만 만년 비정규직, 계약직에만 떠돌다 지금은 구직을 잠시 접은 상황이다. 변변찮은 첫 직장이 발목을 잡았다.

    ''''(경력을 쌓으려고 해도) 발판이 되는 일자리가 없어요. 비정규직 일하면 거기서 끝나는 것 같아요. 비슷한 업종의 다른 회사에 가게 되고…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보이지 않았어요.''''

    같은 학교 나왔는데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일자리가 달라지면 10년 뒤 임금은 평균 15%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그리고 임금 격차는 이후 결혼이나 대출, 주택 등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신분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꿈을 가져라. 야망을 가져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첫 출발은 좀 고생스럽고 어렵더라도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일자리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사다리는 그래서 필수적이다.

    이시균 박사는 ''''유럽의 경우 청년들이 상당수 중소기업을 간다''''며 ''''임금은 적게 받겠지만 숙련이 형성되고 인정받게 되면 좋은 일자리로 상향이동하는 구조가 체계화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 대기업은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을 통해 경력이 형성된 사람을 뽑지 않고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을 뽑아서 교육시키겠다는 성향이 강하고 스카우트도 인력 빼가기 같은 밀렵의 형태로 이뤄져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예속관계에서 비롯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예속돼 저숙련, 저임금의 작업만 맡고, 협력업체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 경쟁에만 매달린다.

    이른바 ''로우로드''(Low Road) 전략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에서 쌓은 경력은 하이로드(High Road: 고숙련 고부가가치)인 대기업에는 하등 소용이 없게 되는 셈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등하거나 적어도 예속관계에서 벗어나 하이로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이 하이로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면 직업훈련을 거쳐 더 나은 일자리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 ''''일자리 피라미드를 마름모로''''…결국은 ''''경제민주화''''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 또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 굳이 대기업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구조도 형성된다.

    이것을 노동연구원 출신인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일자리 구조를 피라미드에서 마름모꼴로 바꿔야 한다''''고 표현했다.

    은 의원에 따르면 근로자 4명 중 1명은 임금이 월 110만원 이하인 저임금 근로자다.

    상층부 일자리는 너무 적고 저임금 일자리가 노동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피라미드를 중간 임금을 받는 계층을 늘려 마름모꼴로 바꾸면 한 단계 뛰어오르기가 한층 쉬워진다.

    은 의원은 "최저 임금을 올려주고, 대기업의 하청업체 관행을 없애는 대신 직접고용을 통해 청년들이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중간임금 일자리를 늘리려면 중견기업들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서 논의는 중소기업의 힘을 키우는 ''''경제민주화''''로 이어진다. 고용유발효과가 적은 재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는 더 이상 고용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연구원의 금재호 박사는 ''''독일은 아우디나 폭스바겐과 같은 대기업은 한 두 개뿐이다''''라며 ''''나머지는 250인 규모의 재무구조 튼튼한 중간 기업이 많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대안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에게 유독 가혹한 노동시장…''''짱돌을 들어라?''''

    청년 실업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모순과 갈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문제다. 그만큼 경제민주화와 같이 경제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있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 [BestNocut_R]

    사실 기업들에게는 청년 실업이 나쁘지 않다. 적은 임금으로 사람을 입맛대로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실업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청년 취업자들은 대부분 미숙련 노동자여서 노동시장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누구보다도 청년에게 가혹하다. 그저 고용카스트의 굴레에 갇혀 얼마 안 되는 상위의 좋은 일자리로 진입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일 뿐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이 주장한 것처럼 ''''토플책을 덮는 대신 짱돌을 들자''''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노동시장에 나선 청년들이 최소한 자신의 정당한 몫을 관철시킬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장치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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