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내정 한 달만인 3월 22일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수장으로 업무를 시작한 현 부총리의 지난 100일은 새 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힘겨운 과정이었다. 그의 주도로 경기 회복을 위한 굵직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100일 전과 비교해 경제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지표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국민이 체감할 정도로 경기 흐름의 징후가 뚜렷한 것은 아니다.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 정부 경제팀이 내놓은 대책이 효과를 내기도 전에 미국의 출구전략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등 대내외 여건은 더욱 나빠졌다.
앞으로 현 부총리가 풀어내고 해결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100일의 성과, 기대이상…아쉬운 대목도
현 부총리가 취임할 당시 경제상황은 좋지 않았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여파로 경제 성장률은 8분기 연속 전기대비 0%대에 머물렀고 북핵 위기로 촉발된 지정학적 불안은 한국 경제를 더욱 흔들었다.
어려운 현실을 인식한 새 정부 경제팀은 취임직후 성장률 전망을 2.3%로 대폭 낮춘 뒤 경기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총력전을 폈다.
4·1 부동산종합대책, 17조3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투자활성화대책이 5월초까지 이어졌다. 이어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벤처·창업 자원생태계 선순환 방안, 고용률 70%로드맵, 대선공약 이행 약속을 담은 공약가계부 등이 나왔다.
서비스활성화대책, 2차 투자활성화 방안 등도 조만간 모습을 드러낸다.
새 정부 경제팀이 이처럼 빠르게 부처간의 벽을 허물고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름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정책 결정과정의 시스템이 기대 이상으로 잘 가동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5년만에 부활된 경제관계장관회의가 힘을 발휘했다. 현 부총리가 주재하는 이 회의는 지금까지 11차례 회의를 열면서 40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초기만 해도 안건 협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각 부처가 현안을 먼저 내밀기 위해 경쟁이 붙을 정도로 '경제정책의 산실'로 무게감이 커졌다.
현 부총리는 경청과 인내를 통해 팀워크를 구축하고 다지면서 학계, 정치계 출신들로 조합이 쉽지 않은 경제부처 장관들과 큰 잡음 없이 성과물을 쏟아냈다.
기준금리를 둘러싼 한국은행과의 엇박자, 경제민주화 의지 퇴색 논란 등은 아쉬운 대목이다.
위기상황에서 보이는 현 부총리 특유의 신중함과 학자 성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협업과 팀플레이를 강조하다보니 자기 목소리를 과단성있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결정과정이 때로는 혼란스럽고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에는 훨씬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 현 부총리의 지론이다.
◇ 넘어야할 산 많다
현 부총리 앞에 닥친 경제현실은 아직 안갯속이다.
취임 100일을 전후해 경제상황이 크게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출구전략과 아베노믹스의 실패 우려,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원ㆍ달러 환율은 불안하고 외국인자금 입출입은 가파르다.
취업자 수, 소비 및 기업심리, 수출 등이 완만하나마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얼어붙은 국민의 체감경기는 풀리지 않고 있다. 4월 반짝 증가를 연출했던 제조업 생산은 한달만인 5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대기업들은 돈을 쌓아놓고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1분기에만 8조원이 펑크난 세수 역시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 박 대통령의 복지약속을 위해 비과세·감면 축소, SOC 예산감축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은 시작도 전에 저항이 거세다.
이 모든 문제를 현 부총리가 하나씩 풀어내면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취임 100일에 즈음에 현 부총리는 경제주체들에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경제 곳곳에 나타나는 저성장의 고리를 끊고 하반기 3%의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하반기에도 56개 분야별 대책을 쏟아내는 등 경기회복을 위한 총력태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상반기에 내놓은 대책들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점검체계도 가동한다.
현 부총리가 주축이 된 새 정부 첫 경제팀이 안팎의 어려움을 딛고 약속대로 하반기에 경제부흥의 기반을 만들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