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울산을 방문한 '희망버스'가 회사측 관리자들과 충돌했다.
양측의 충돌이 격렬해지자 경찰이 진압에 나서면서, 이번에는 희망버스와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등 3,000여명(경찰 추산)이 탑승한 희망버스는 오후 6시쯤 현대차 명촌 정문 앞 공터에 속속 도착했다.
곧바로 민주노총 주관으로 결의대회와 비정규직 지원을 위한 힘모으기 행사가 잇따라 진행됐다.
신승철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단상에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철탑 위에 올라가 있는 두 동지가 반드시 내려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끝까지 투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아이스크림 먹으며 휴식 중...갑자기 충돌
행사가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났을 때,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오후 7시쯤, 명촌 정문 앞 공터에서 300여 m 떨어진 곳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철제 담장을 사이에 두고, 시위대와 회사측 관리인들이 충돌한 것.
바로 옆에는 277일째 고공 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천의봉 사무국장과 최병승 씨가 있는 송전철탑이 위치해 있다.
시위대는 밧줄을 이용해 철제 담장을 무너뜨려 공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려 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관리인들은 소화기를 뿌려 댔다.
수 십개의 소화기를 잇따라 뿌려 대다 보니 주변이 연막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으며, 소화기액으로 인해 숨 쉬는데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위대의 거센 항의로 결국, 공장 경계 2곳, 철제담장 9개가 무너졌다.
머리 위로는 양측이 던진 돌멩이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소화기가 날아 다녔다.
시위대는 2~3미터 길이의 대나무를 들고 위협했고, 회사측 관리인들은 소화전 물로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119 구급차가 출동해 환자를 계속 실어 날랐다.
◈ 충돌 격렬, 부상자 속출...경찰 진압 나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양측의 충돌이 거세지자 오후 8시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해산할 것을 방송했다.
이어 경찰은 시위대 강제 해산을 위해 55개 중대, 4,400여명을 순차적으로 투입했다.
3개 중대가 무너진 담장을 경계로 시위대를 막아섰고, 나머지 경찰 인력들이 길 양측에서 진입하면서 압박했다.
이번에는 시위대와 전경들이 대치하게 된 것.
물대포차가 뒤에서 지원하며 경찰이 압박해 들어오자 송전철탑 농성장 쪽으로 시위대가 조금씩 물러났다.
양측 충돌이 막바지에 치닫자 경찰을 뒤로하고 물대포차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일부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물대포차를 막아서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물대포차가 예고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물줄기를 쏘았다"고 항의했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은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 소강 상태가 됐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오후 10시 30분쯤 공장 진입시도를 중단하고 철탑 문화제를 시작했다.
문화제는 현대차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 대한 추모식과 공연, 난장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21일 오전 1시 30분쯤 철탑 문화재는 모두 마무리 됐다.
경찰은 경찰력 동원버스 일부를 이용해 무너진 담장에 차벽을 설치했고, 회사는 담장 보수 공사를 했다.
또 경찰은 공장 진입을 시도한 시위자 등 7명을 연행해 폭력 혐의 등에 대해 조사중이다.
현대차 측은 직원이 다치고 시설물이 파손된데 대해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시위대들이 폭력을 행사해, 관리자 45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등 희망버스 기획단도 21일 오전 9시 경찰에 연행된 이들과 부상자 발생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이어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오전 10시전 까지 다시 버스를 타고 귀가한다.
◈ 일찍이 집결 장소 변경, 보수 단체와는 충돌 없어
앞서 희망버스는 서울과 인천, 경기, 전남 등에서 오전 10시 30분 전후로 출발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울산과 가까운 진주 등 경남에서 출발한 희망버스는 오후 4시 30분쯤 울산공장 앞에 도착했다.
오후 6시까지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 모든 희망버스가 모이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명촌 송전철탑 농성장으로 집결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교통 혼잡 등 예정 시간까지 희망버스 도착이 원활하지 않자 오후 5시부터 울산공장 정문에서 약 5 km가 떨어진 명촌 송전철탑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희망버스가 도착하기에 앞서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시민사회단체 등 500여명 미리 울산공장 정문 앞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도로 건너 맞은편에는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추진협의회와 보훈 단체, 현대차 협력업체 임직원 등 300여명이 시위를 했다.
이들 단체는 '소음 NO, 쓰레기 NO, 폭력 NO', '지역 주민들에게 고통 · 절망 주는 희망버스' 등이 적힌 내용의 푯말을 들고 항의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희망버스와 이들 단체간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