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최대 주거복지 정책인 행복주택사업이 시작부터 주민반발과 사업성 부족 등으로 막다른 벽에 부딪혀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국토교통부가 행복주택사업의 일정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0일 발표한 행복주택사업계획을 통해 신혼부부와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오는 2017년까지 모두 20만 가구의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으로, 먼저 2013년 올해 시범적으로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서울 송파지구와 목동지구, 안산 고잔지구 등 7개 시험사업지구를 선정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당초 행복주택사업 구상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주민 반발에 부닥친 것이다.
국토부는 방치돼 있던 철도부지와 유수지를 활용해 임대주택과 상업용 시설을 지으면 인근 지역 주민들이 환영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교통대란이 빚어질 것이라며 주민들이 반발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토부가 대통령 공약인 행복주택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면서 사전에 주민의견 수렴과 타당성 검토 등을 하지 않고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올해 1만 가구의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시범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행복주택사업의 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최근 총리실에 전달했다.
특히, 주민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순차 사업으로 추진하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드시 올해 1만 가구를 고집하지 말고 형편과 상황에 맞게 공급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하게 듣고, 설득할 것은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며 "하지만 당초 일정에 맞추기는 쉽지 않다"고 말해, 행복주택사업의 일정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총리실은 이미 국토부가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하고, 연말 기관 평가에서 행복주택 추진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의 한 간부공무원은 "행복주택사업은 그동안 도시 외곽지역으로 밀려나 있었던 임대주택을 도시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일종의 사회적 실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올해 안에 무조건 1만 가구의 행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발상은
실험 정신에도 맞지 않고, 위험성을 스스로 확대하는 무모한 정치논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행복주택사업이 주민 반발은 물론 소음과 진동, 건축비 부담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국토부 입장과 당초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총리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인 행복주택사업이 충분한 사전 검토없이 추진되면서 앞으로 5년 동안 20만 가구를 공급하는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