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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인가 '불금'인가…'떼캠' 누비는 캠핑촌

사건/사고

    '힐링'인가 '불금'인가…'떼캠' 누비는 캠핑촌

    [아웃도어 역풍②]흡연·음주에 고성방가 예사…심야 애정행각도 '눈살'

    바야흐로 '아웃도어 열풍'이다. 등산 인구 1500만명에 낚시 인구 1000만명, 캠핑 인구도 어느덧 250만명에 육박한다. 대규모 인파가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우리 산하(山河)는 주말마다 몸살을 앓는다. 불륜과 허영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CBS노컷뉴스는 '아웃도어 역풍'을 5회에 걸쳐 집중 진단한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①아웃도어 열풍에 쓰레기 뒤덮이는 山河
    ②'힐링'인가 '불금'인가…'떼캠' 누비는 캠핑촌
    ③'커피 아줌마'와 '불륜 산악회'를 아시나요
    ④뒷산 가도 히말라야급 장비…허세의 아웃도어
    ⑤치어 싹쓸고 금어기 무시…무법자 강태공들

    주말 캠핑장은 무리지어 술마시거나 떠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들과 함께 종종 집에서 가까운 캠핑장을 찾는 서울 시민 안모(33) 씨. 지난 주말 오후 10시쯤 찾아간 서울 상암동의 한 캠핑장에서 안 씨를 만났다.

    이날도 안 씨는 모처럼 아이들과 캠핑을 왔지만, 캠핑장은 입구부터 놀이동산에 온 듯 왁자지껄했다.

    고기 굽는 테이블과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찬 캠핑장은 마치 '야외 술집'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안 씨는 “주말에 짬 내서 오려면 이렇게 가까운 서울 시내 캠핑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분위기가 이래서는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어렵다”고 했다.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캠핑장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고 꽁초까지 버리는 사람들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캠핑의 대중화…갈등의 극대화

    갈수록 캠핑이 대중화되다 보니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캠핑을 소재로 한 TV 예능 프로그램들이 유행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자연 속에서 먹고 마시며 하루 신나게 스트레스를 푸는 게 캠핑의 묘미처럼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직장과 도회지를 벗어나 조용한 ‘힐링’을 추구하던 기존 캠퍼들과의 공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암동 캠핑장에서 만난 회사원 진태일(33) 씨는 “1박 2일 같은 프로그램에 캠핑장이 자주 나온 뒤 여기 예약이 두 달치가 밀렸다”며 “가족들끼리 느긋하게 쉬려고 찾기엔 이제 음주나 고성방가가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캠핑장에서 만난 박혜성(31) 씨도 “애인끼리 오는 캠퍼들은 심야에 애정행각을 벌이기도 한다”며 “가족단위로 온 캠퍼들은 아이들이 ‘저게 뭐하는 거냐’고 물을 때마다 난처하다”고 했다.

    서울을 벗어난 수도권 캠핑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경기도 한 캠핑장에 다녀온 장진수(42) 씨는 “새벽 2시쯤 MT로 온 직장인 한 무리가 고성방가를 넘어 술을 마시고 싸움까지 벌였다”고 했다. 덕분에(?) 장 씨 가족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유명 인터넷 캠핑 커뮤니티에서는 이렇게 단체로 와서 시끄럽게 고성방가하는 캠퍼들을 이른바 ‘무개념 떼캠’이라 부른다. 떼로 지어 오는 캠퍼들이란 뜻이다.

    '반드시 피해야 할 옆자리 캠퍼’ 목록은 비단 떼캠뿐이 아니다.

    △‘밤새 불을 비추는 LED 조명기구를 가져온 캠퍼 △빔프로젝터와 휴대용 텔레비전을 가져온 캠퍼 △밤새도록 술을 마시거나 농구 또는 족구를 하는 캠퍼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음주에 고성방가에도…캠핑장 관리는 전무

    상황이 이런데도 막상 캠핑장 관리는 전무하다. 강화도 한 캠핑장을 다녀온 캠퍼 A 씨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고성방가하는 팀이 있어 직접 나서서 주의를 줬더니 오히려 욕설만 돌아왔다"고 했다.

    A 씨는 “단 한 명뿐인 관리인에게 항의해봤자 무슨 수로 막나 싶어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서울 시민들이 가장 가까이 두고 찾는 상암동의 캠핑장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놀이 구역과 휴식 구역이 나뉘어 있는데도, 사실상 소음은 구역을 넘나들고 있다.

    캠핑장 관계자는 “이용객이 1500여 명에 이르는 주말에는 30~40명의 안전요원이 순찰을 돈다“며 "오후 10시부터는 음주를 못하도록 제재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살펴보니 안전요원은 각 구역별 2명에 불과했고, 오후 11시가 넘도록 소란스러운 무리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변 캠퍼들 역시 “술에 취해 땅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 사람이 있는데도 딱히 제재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불평했다.

    빽빽한 텐트들 사이에서 이 사람, 저사람에 시달리다 보면 '힐링'은 이미 증발한 지 오래인 경우도 잦다.

     



    ◈옆집 이웃이라 생각했다면…기본 에티켓 부족

    이런 문제는 수도권 캠핑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 곳곳의 캠핑장이 '안하무인' 캠퍼와 관리 실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심형석(영산대 경영학) 교수는 "캠핑 사이트는 집과 같다”고 설명한다. '내 집과 옆집'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도를 넘는 고성방가나 음주가무로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밤 10시쯤은 ‘다음날 일정을 위해 휴식에 들어갈 시간'이므로, 이 시간 이후의 소란 행위는 더더욱 금물이다.

    심 교수는 “방음시설이 전혀 없는 캠핑장에서 한 무리만 떠들어도 전체가 잠을 못 잔다”며 “일부 사람들이 ‘내 돈 내고 왔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련 법규도 '실종'…사설 캠핑장이 80%

    또 다른 문제는 캠핑장 차원에서 관리하도록 감독할 관련 법과 주무부처 역시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자동차야영장법'이 캠핑장 시설 기준을 규정하는 유일한 법규이지만, 몇몇 캠핑장만 이에 따라 운영될 뿐이다.

    대다수의 캠핑장들은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이나 '청소년활동진흥법' 등의 개별법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등록돼있거나, 아예 등록도 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동차야영장업법도 캠핑카 진입로나 주차 규모 등을 규정할 뿐, 캠핑장의 안전 기준 등은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전국 캠핑장은 대략 1100여 곳으로, 이 가운데 자동차야영장업법상 관리 대상인 곳은 불과 17곳이다.

    나머지 캠핑장은 민간인이 임의로 설치해 운영하는 사설 캠핑장이란 얘기다.

    이러다보니 사용료나 이용수칙도 정해진 게 없다.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는 전국 캠핑장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심형석 교수는 “캠핑 역사가 100년 된 미국이나 일본은 '오토캠핑 헌장' 등을 만들어 철저하게 캠핑장을 감독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공공캠핑장이 많을 뿐더러, 캠핑장 역시 관리수칙을 두고 캠퍼들에게 나눠주거나 관리인이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우리 나라는 전체 캠핑장의 80%가 민간 캠핑장인데다, 관리도 거의 없다시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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