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도하 참사'를 겪고 아시아의 변방으로 밀려났던 2005년 당시 김종규와 김민구는 중학생이었다. 나란히 경희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두 유망주는 8년이 지나 한국이 다시 카타르에 맞선 아시아선수권 무대를 당당히 올랐다.
그들에게는 '오일 머니'로 무장한 중동세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9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계속된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
1쿼터 한때 13점차로 앞서가던 한국은 2쿼터 종료 2분 여를 남겨두고 34-28로 쫓겼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이 비장의 무기인 1-3-1 지역방어를 가동해 카타르의 기세를 꺾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공격이었다.
김종규가 전면에 나섰다. 김주성이 골밑에서 슛을 놓치자 절묘한 타이밍에 공중으로 치솟아 리바운드된 공을 곧바로 림에 꽂았다. 1분 후에는 경희대 동료 김민구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김민구가 베이스라인을 파고들어 내준 패스를 받아 호쾌한 덩크로 연결시켰다.
김종규의 연속 득점이 터지면서 점수차는 다시 10점으로 벌어졌다. 이후 한국은 경기 끝까지 두자릿수 점수차를 유지했다. 김민구는 3쿼터에서만 7점을 보태며 대표팀의 기세를 한껏 끌어올렸다.
한국은 2005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카타르에 두 차례 충격적인 완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당시 코트에 있었던 선배들과 그 경기를 지켜보며 이를 갈았던 후배들이 힘을 합쳐 8년 전의 아픔을 되갚았다.
한국은 카타르를 79-52로 꺾고 아시아선수권 4강 무대에 안착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의 해결사로 떠오른 조성민은 16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양동근과 조성민이 파울트러블에 걸려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윤호영이 카타르의 해결사 자비스 헤이즈를 철저히 봉쇄함과 동시에 공격에서도 득점에 공헌하며 팀 분위기를 살렸다.
한국에 끌려가던 카타르는 3쿼터 종료 5분54초 전 헤이즈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헤이즈는 피벗 동작을 하다 윤호영의 발을 밟는 바람에 발목을 다쳤고 이후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8년 전, 한국에 참패를 안겨줬던 다우드 무사 다우드, 에르판 알리 사에드 등은 이렇다 할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