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북 대화국면의 여세를 몰아 핵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까?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하지 않고 방북한 이유는 이런 의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다웨이 대표의 '조용한' 방북 뒤에는 6자회담 중재국으로서 중국이 고민한 흔적이 읽힌다.
우리 정부는 26일 우다웨이 수석대표의 방북 일정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그간 중국 당국자들과의 대화에서 고위층 방북 계획은 감지할 수 있었지만, 날짜를 지정해 얘기를 듣지는 못했다"고 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박근혜 정부들어 '달라졌다'는 외교부의 평가가 무색한 대목이지만, 중국은 자국 언론에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방북 사실이 알려진 것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다. 중국은 미측에도 방북 계획을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중국조차도 방북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6자회담 재개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이 이번 방북 계획과 의미를 공식화했다가,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린 꼴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미국 고위층과의 접촉에서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여러 차례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며 '2.29 + 알파'를 대화재개 조건으로 내거는 등 완강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은 물론 한국을 6자회담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필요한 것이 북한의 입장 변화라는 판단을 하고 북한을 유도하기 위해 방북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으로부터 '태도 변화의 증거'를 받아내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해 방북을 공식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당분간은 낮은 상태로 유지될 전망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우다웨이 대표의 방북은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면서도 "북한의 선제적 변화가 없는 이상 6자회담과 관련한 한미의 입장은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6자회담 재개의 관건은 북한이다. 그리고 최소한 '북한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느냐'의 힌트는 방북을 마치고 온 우다웨이 대표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북측과 비공식 접촉라인을 상실한 만큼, 빠르면 다음 주쯤 중국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중국을 통해서만 북한의 입장을 알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