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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살아있는 좀비, 올리버의 꿈

    2013 지구촌 행복 나눔 캠페인 <힐더월드> 아프리카 잠비아 편

     

    세계국민소득 최하위 아프리카 잠비아는 여전히 극심한 빈곤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하고 있다.

    잠비아의 한 부모가 설사에 걸린 18개월 쌍둥이 아들 중 한 명을 선택해야만 했던 사연이 있었다. 보건소에는 한 명분의 약밖에 없었고, 결국 부모는 상태가 좀 더 나은 동생을 선택했다. 치료를 받지 못한 형은 숨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잠비아에는 치료는커녕 끼니를 채우기에도 급급한 수십만 명의 장애아동들이 있다. 이 장애 아동들이 일생 동안 병원 한 번 가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 병원에 가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치사율이 더 높은 상황이다. 충고마을에 사는 17살 올리버도 마찬가지였다.

    ◈ 좀비로 놀림 받으며 고통 속에 살아온 올리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잠비아 충고 마을의 우물가. 마을 주민들이 모여 물을 길어 올리고 있지만 올리버(17)는 사람들을 피해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언뜻 보기에도 생김새가 괴이한 올리버. 양쪽 눈은 실핏줄이 터져 빨갛게 변해버린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고, 남들보다 훨씬 짧고 뭉툭한 손발은 사이사이가 모두 붙어있어서 제 마음껏 움직일 수도 없었다. 치아 또한 불규칙하게 흐트러져서 말을 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

    “사람들은 저를 보면 도망치거나 좀비라고 놀려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싫지만 피할 수가 없어서 더 괴로워요. 불편한 몸으로 사는 것도 힘든데... 제가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 너무 속상해요.”

    마을 주민들이 먼저 물을 다 뜨고 자리를 나서자 그제야 물을 받기 시작하는 올리버. 펌프질을 열심히 해보지만 보이지 않는 눈으로 물통의 위치를 잘못 놓은 탓에 물이 조금도 채워지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올리버는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빠가 올리버의 장애를 보고 도망간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 홀로 남은 엄마마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가 일을 해야 한다. 올리버도 몸이 온전하다면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청각까지 점점 나빠져 물 긷는 일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진행되는 병을 멈추기 위해서는 당장 치료가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한 끼를 챙겨 먹기도 힘든 환경에서 치료비까지 감당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다.

     

    ◈ 장애를 가진 몸으로 감당해야만 하는 삶의 짐

    올리버를 만나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비아로 향한 남대문교회 손윤탁 목사. 그러나 처음 보는 올리버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장애를 갖고도 고된 일을 매일 해야 한다는 얘기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손 목사. 고된 삶의 짐을 함께 나누고자 아이의 물통을 함께 들어 올리지만 몸이 휘청거릴 만큼의 무게에 손 목사의 마음도 같이 무거워진다.

    “이 힘든 일을 장애가 있는 몸으로 감당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돼요. 심정을 말로 표현을 못하겠네...”

    만약 올리버에게 장애가 없었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조그만 희망도 품지 못하고 암흑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왔을 올리버를 생각하니 손 목사는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가 믿음으로 기도하며 후원한 아이들은 앞으로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지도자들이 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작은 도움만 있다면 얼마든지 큰일을 감당할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3만원의 도움이 없어서 올리버와 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면 이건 우리의 책임을 다 하지 못한 역사적인 비극입니다.”

    ◈ 작은 손길로 만드는 큰 생명의 기적

    오랜 시간 절망 속에서 살아온 올리버에게도 꿈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것. 올리버만 보면 도망가고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 학교 근처에도 갈 수 없던 올리버에게는 현재로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올리버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 도움이 간절하게 필요하다.

    2013 제작진이 방문한 잠비아에는 지금 이 순간도 올리버처럼 장애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천 명 가까이 있다. 장애를 가졌지만 태어나 단 한 번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는 어린아이들. 손윤탁 목사는 그 어느 누구보다 고통 속에서 아파하고 슬퍼했을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의 손길은 큰 기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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