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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업계 전반을 덮치고 있다. 저마다 인원감축과 조직개편, 임금 삭감 등으로 자체 '고혈' 짜내기에 한창이다.
◈ "업무 효율성 높여라"…구조조정으로 '시끌'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62곳의 인원은 올 6월 말 기준으로 4만 1,687명으로 전년 4만 3,586명에 비해 1,899명(4.4%) 감소했다. 지난해에 비해 증권사 1곳이 신설됐는데도 불구하고, 인원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임원 수를 감축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증권사들도 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조직개편과 함께 임원수를 20% 줄였고, KDB대우증권도 지난 달 조직개편과 동시에 임원 수 역시 37명에서 34명으로 축소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올 들어 지점 8곳을 통합해 지난해 기준 92개 지점을 84개 규모로 감축했다.
현대증권은 7월 20일 기준으로 대형 점포(WMC) 6곳, 지점 120곳, 영업소 4곳으로 총 130곳이었다. 이를 오는 9월 28일까지 WMC 9곳, 지점 103곳, 브랜치(일종의 영업소) 8곳으로 개편하려는 계획이다. 전체 규모면에서 약 10곳을 줄이는 것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앞다퉈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이유는 심각한 업황에서 벗어날 또 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난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구조조정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등이라도 줄여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시장 상황은 거의 적자라고 보면 된다"며 "거래대금이 3조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지점 소매영업이 매우 어렵다. 인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더라도 영업 효율성이나 비용 절감을 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순익이 늘어도 절대규모가 워낙 적어 불황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미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추후에도 효율성 높이는 차원에서 채널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증권사들의 수익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증권사들의 올 1분기(4~6월) 당기순이익만 해도 1,192억원으로 직전 분기 4,461억원에 비해 무려 73.3% 감소했다.
◈ 최근 업계 관통하는 이슈는 '경쟁'
전문가들은 이같은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을 통한 '고혈 짜내기'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서비스의 동질화, 상품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또 최근 몇 년간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데는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가 있는 만큼, 투자은행과 자산관리를 늘려 시장규모 자체를 키울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석훈 박사는 "증권사들이 수수료율이 떨어지는 상황에 빠진 이유는 (개별 증권사들이) 독점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차별화 된 서비스가 없으니 고객들이 외면하는 것이다. 앞으로 비용 경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금융서비스를 특화하고 대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장 원리상 증권업계의 경쟁 심화가 개별 증권사의 수익률 감소로 이어지고, 업계 불황 수순을 밟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