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sive(엄청난)' 'sizable(상당한)' 'large(많은)'…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4일(현지시간) 시리아 군사개입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엄청난 양'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워싱턴 외교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이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을 뿐, 공식적으로 그 규모를 평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파악한 미국 정부의 공식 문건들에는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규모를 평가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2006년 의회에 제출한 비밀해제 문건인 '대량살상무기 기술습득 보고서'는 "북한이 장기간에 걸쳐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우리는 북한이 '상당한' 양의 화학무기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의 화학전 능력에는 대량의 신경작용제, 수포작용제, 질식작용제, 혈액작용제를 생산하는 능력을 포함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의회에 제출된 같은 제목의 보고서는 "북한이 오랜 기간에 걸쳐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양의 화학무기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올해 초 발간한 2012년 북한의 군사력 증강 보고서에서 "북한은 오랜 기간에 걸친 프로그램으로 신경작용제, 수포작용제, 혈액작용제, 질식작용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화학무기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북한은 다양한 재래식 무기나 대포, 탄도미사일을 활용해 화학무기를 사용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공식적 대내외 문건들을 보면 북한 화학무기의 보유규모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주목할 점은 헤이글 장관이 지난달 28일 제2차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가 열린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만난 이후 이 같은 언급을 내놓은 점이다.
국방부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2년 국방백서는 북한이 비축한 화학무기는 2천500t에서 5천t 규모에 이르며 전국적으로 분산배치돼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헤이글 장관이 김 장관과의 회동에서 우리 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엄청난 양'이라는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