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북적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앞.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10일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 16년 만에 미납추징금(1672억원)을 내겠다고 밝힌 것은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5월 24일 서울중앙지검에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을 꾸린 후 7월 16일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비롯해 시공사, 허브빌리지 등 자녀들과 관련된 회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100일 작전’을 선포하며 ‘신발 한짝이라도 환수하라’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여기에는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제정된 일명 ‘전두환 추징법’이 한몫했다.
하지만 수사 초기 전씨 측 핵심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원래 재산이 많았고, 숨긴 돈도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당시 검찰의 주요 타킷이었던 경기도 오산 땅, 시공사 부지 등에 대해선 “재력가인 장인 이규동 씨가 전 전 대통령 일가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경기도 오산땅을 비롯해 이태원 빌라 3채, 한남동 땅, 미술품, 조경업체 청우개발 등에 전씨 비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고, 검찰은 이들 재산을 모두 압수·압류했다.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던 전씨 일가 내부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검찰 칼끝이 이순자 여사의 동생인 이창석씨를 직접 향하면서 부터다.
지난달 19일에는 처남 이창석씨를 탈세 혐의로 구속하고, 차남 재용씨를 공범으로 지목되자 자진납부를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특히 재용씨는 장인 윤모씨와 부인 박상아씨, 처제 박모씨가 잇달아 검찰에 불려오자 전액 자진납부하는 쪽으로 가족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망이 친인척을 넘어 전씨 직계가족으로 좁히지던 순간이었다. 재용씨는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최대한 전액을 납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특히 전씨 일가의 마음을 움직인 데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미납추징금 230억원을 납부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적 동기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진납부 움직임을 보이자 여론의 압박이 더욱 거세져 전씨측도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씨측에 대한 검찰의 전면적인 고강도 추징금 수사에 바짝 위축되면서 230억원의 미납금을 완납했고, 전 전 대통령측도 노씨측의 완납 결정에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자진납부를 결정했다는 것이 검찰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