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재판에 출석한 국정원 간부들이 업무와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조차 "잘 모른다"고 증언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복 전 국정원 심리전단 기획관과 최영탁 전 국정원 심리전단 팀장은 자신이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심리전단의 세부활동 사항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원 전 원장에 대한 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기획관은 자신은 중간 보고라인도 아니었고 업무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전 기획관은 "보통 원장님에게 직접 보고하기도 하고 나를 거쳐서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라인에서) 중간보고자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심리전 활동을 강화한 정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1년 7개월동안 외부 파견을 다녀와 공백이 있어 업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 전 기획관의 '모르쇠' 일관에 공판에 참석한 검찰 측은 "기획관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최영탁 전 팀장 역시 비슷한 태도로 일관했다.
검찰이 "다음 아고라에 남긴 글들이 지난해 2월부터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무적으로 일괄 삭제했기 때문아닌가"라고 추궁하자 최 전 팀장은 "그런 사실 없다. 모른다"고 답했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가 오피스텔에서 글을 지운 사실을 들며 보안을 위해 게시글을 삭제하게 하는 지침이 있는지 묻자 "검찰조사과정에서 봤고 팀장 차원에서는 활동 지시하는 것이 아니어서 저는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지도·감독해야 하는 팀장이 팀원들의 업무매뉴얼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따지자 "저는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맞받았다.
최 전 팀장은 국정원 여직원 김 씨의 외부조력자로 알려진 이모 씨에 대해서도 "파트장에게 이 씨의 활동에 대해 따로 보고받지 않아 잘 모른다"고 답했다.{RELNEWS:right}
국정원 예산을 들여 매달 3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했는데도 보고조차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전에도 파트장이 이 씨를 업무에 활용한 적이 있어 따로 확인하지 않았고, 관행적으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 역시 "지금까지 나온 어떤 증인도 (심리전단 업무 매뉴얼 등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는데 어떻게 되는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차단막을 설치한 채 진행됐다.
재판 시작 전 재판 비공개 여부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자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끈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 지청장은 "국정원이 안보활동에 써야 할 인적·물적 자원을 사이버 활동에 씀으로써 안보활동을 저해했다"면서 "(이 사건 재판으로) 오히려 국가안보가 굳건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미 해체돼 (지금 일부 공개된다 해도) 국가안보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