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초까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계속될수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 조치를 유지한 것이 단지 '축소 시기만 연기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내년 초까지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주요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비상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고 지나친 자본유출입에 대응해 필요시 거시건전성 조치를 보강하는 등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기로 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 연준의 결정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추 차관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다"며 "시장 전문가들도 FOMC 직후 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다가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양적완화의 축소 시기가 단지 연기된 것에 불과해 양적완화 축소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각)부터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와 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약보합세로 돌아섰고 신흥국 통화도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다.
추 차관은 "양적완화의 축소 시기와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FOMC의 이번 결정이 시사하듯이 양적완화 축소의 전제가 되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시장의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양적완화 축소 시기는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결과가 구체화되고 경제지표 개선세를 확인할 수 있는 12월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10월 또는 내년 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신흥국의 시장 불안은 경제 기초체력의 문제인 만큼,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연기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정부는 우려했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신흥국 간 차별화 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런 점에서 한국 경제주체들이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시리아 사태, 유로존 위기 재부각 등 다른 위험요인과 맞물리면 한국도 글로벌 시장의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추 차관은 "한국이 신흥국과 차별화되는 과정에서 경상수지 흑자, 대규모 해외자금 유입으로 인한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며 "이런 맥락에서 최근 외국인 포트폴리오 유출입과 관련해서는 양방향 리스크가 동시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외투자자들은 우리의 대외건전성과 더불어 향후 경제성장과 재정전망, 공기업 및 가계부채 등 국내 경제정책 이슈에 주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에 가동했던 비상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고,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의 유출입 등 양방향 변동성을 집중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필요시 시장상황을 반영해 기존의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도 수정하기로 했다.
앞으로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때 신흥국의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회의체를 통해 국제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신흥국들의 경상수지·재정수지가 취약한 점을 고려해 우리 경제의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채권투자 비과세 폐지 등 이른바 '거시건전 3종세트' 조치를 보강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