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유동성 위기의 여파로 핵심 계열사인 동양증권 투자자들의 탈출 행렬이 지역에서도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자금 이탈 강도가 다소 완화됐다는 게 동양증권 측의 설명이지만, 영업장에는 여전히 예탁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뤘다.
25일 오전 11시 대전시 둔산동 동양증권 대전본부 영업점에는 100여 명이 넘는 고객들이 자신들의 순번을 기다렸다.
대부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해지하거나 펀드를 환매하려는 이들로 고객들의 줄은 영업점 입구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순번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회사원 박모(48) 씨의 번호표에는 190번이라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박 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어 회사에 외근을 핑계로 급하게 영업점을 찾았다"며 "안전하고 예금자 보호가 된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영업점 입구에 설치된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도 금새 20여 명의 고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섰다.
줄을 선 고객들은 앞뒤로 돌아선 채 얘기를 나누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주부 양모(42·여) 씨는 "저축은행 사태 때 대규모 예금 인출을 보면서 딱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게 될지 생각도 못했다"며 "안전하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동양증권은 일단 고객이 투자를 위해 맡긴 자금에 대해선 법에 따라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어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