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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의 한글①]고국 무관심에 두 번 웁니다

사건/사고

    [일본 속의 한글①]고국 무관심에 두 번 웁니다

    • 2013-10-07 06:00
    '외계어'니 '일베어'니 한글을 팽개치는 시대. 하지만 멀고도 가까운 60만 명의 재일동포들은 지금도 무관심과 갖은 역경 속에 우리 말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일본 현지에서 만난 이들을 통해 훈민정음 창제의 뜻을 다시 새겨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고국 무관심에 두 번 웁니다
    ②한국어, 그들에겐 '자신감'
    ③중1에 '가갸거겨' 배우는 까닭
    ④민족학급 '핏줄의 마지노선'
    ⑤이대로 가면 '일본만 있다'

    지난해 7월 7일, 일본 오사카국제교류센터에서 열린 '민족교육발전심포지엄'에서 이현주 주오사카 총영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오사카 총영사관 홈페이지)

     



    ◈ 일본 4곳뿐인 한국 학교, “두 곳 합병하라”는 주오사카 총영사

    지난해 7월 7일, 일본 오사카국제교류센터에서 열린 '민족교육발전심포지엄'. 이 자리에서 이현주 오사카 총영사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 총영사는 '오사카에 한인학교가 두 곳이나 있을 필요가 없다', '금강학교와 건국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현재 일본에 있는 한인학교는 도쿄의 '도쿄한국학교', 교토의 '교토국제학원', 오사카의 금강학교와 건국학교 등 모두 4곳에 불과하다.

    특히 건국학교와 금강학교는 1946년 재일동포의 힘으로 해외 한국학교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돼 교민들에게는 ‘일본 민족교육의 성지’로 여겨진다.

    두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미리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폭탄 발언’에 대한 분노는 컸다는 게 참석자의 증언이다.

    ◈ “일당 5만 원 받는 ‘민족학급’ 강사 지원 삭감하라”

    오사카의 한 시립 소학교에서 민족학급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대희 기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실상 일용직이나 다름없는 열악한 처우에서도 사명감으로 동포를 가르치는 ‘민족학급’ 강사들의 반발도 샀다.

    민족학급이란 일본 국·공립 학교에 다니고 있어 고국을 접할 기회가 없는 재일동포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한국어나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수업으로, 오사카에만 2000여 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이 민족학급은 일본 법률 근거가 없는 자주 학급으로, 강사들은 하루 4500엔(한화 5만 원 가량)이나 한 달 10만 엔(한화 약 110만 원)의 급료만 받을 정도로 처우가 열악하다.

    이런 현실에 지난 2011년부터 대한민국 정부는 ‘민족학급지원사업’을 벌여 일본 학교에서 이뤄지는 민족학급에 약 10억 원을 매년 지원하고 있다.

    이 예산은 학생들을 위한 교재비 등과 함께 처우가 열악했던 민족학급 강사에게 월급을 이중으로 지원하지 않는 선에서 교통비나 연구지원비가 일부 지원돼왔다.

    하지만 총영사관은 올해부터 민족학급 강사에게 지급되는 예산을 교육부에 삭감하도록 건의해 민족강사의 한숨이 늘고 있다.

    ◈ “민족학급은 소수민족을 위한 학급”, “민족강사는 일본 공무원”

    재일동포 사회의 분노를 잇달아 일으킨 사건들에 대해 주오사카 이현주 총영사는 C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낸 세금을 효과적으로 쓰고 더불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영사는 학교 통합에 대해 “두 학교가 정원을 60%밖에 못 채우는 상황에서 답답한 면이 있어 지도를 해주려 했다”면서 “자극도 주고 문제점 지적도 해주는 게 진정으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학률을 높이는 등 한국학교가 학교로서 질이 높아져야 학생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다음 졸업하는 학생이 어느 정도 한국어는 구사할 수 있도록 교육이 되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족학급 강사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민족학급이란 일본 정부에서 시행하는 소위 소수민족을 위한 학급”이라면서 “강사들은 일본 학교 선생님, 일본 공무원이라 현금이 지급되는 건 우리 세금을 일본 공무원에게 주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학교 안에 있는 민족학급을 대한민국이 지원하면 결과적으로 한국 학교 학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 서울(교육부)에 삭감 검토를 요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포들은 일본이라는 사회에 젖어 변화를 싫어한다”면서 “(지금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그동안 내버려운 결과”라고 덧붙였다.

    ◈ 총영사의 몰이해는 결국 고국 내부의 무관심

    하지만 재일동포들은 이런 총영사의 시각이야말로 ‘몰이해’의 극치라고 반발했다.

    한 민족학급 강사는 “민족학급은 1948년 민족학교를 폐쇄하려는 일본정부에 맞서다 소년 1명이 희생당한 ‘한신교육투쟁’으로 쟁취한 결과물”이라면서 “소수민족을 위한 학급이라는 시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민족강사는 “오사카부 교육위원회에서 상근직으로 고용된 이들도 있지만 이들은 애초에 지원 대상도 아니었다”면서 “지원을 받았던 민족강사는 하루에 5000엔, 세금을 제외하고 4500엔 밖에 받지 못하는 일용직뿐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회와 교육부가 결정한 민족학급지원사업의 대상이 일본 국·공립학교에 설치된 민족학급인데도, 이를 총영사가 자의적으로 무시한다는 것이다.

    {RELNEWS:right}한국학교의 한 관계자는 “총영사관의 논리는 합치면 비용적으로 효과가 좋지 않겠냐는 간단한 논리지만 교원이나 학부모, 학생 문제도 있는데 공관의 장으로 너무 간단히 문제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60년 이상 지속된 학교에 대해 발언하려면 의견이라도 수렴했어야 하는데 비효율적이라고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

    또 “민족학교 학생이 한국어를 못한다는 것도 편견일 뿐”이라며 “민단 차원에서 총영사에게 의견을 전하려 총영사관 방문도 했지만 동포의 현실을 이해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영사의 시각이야말로 고국 내부의 일본 민족교육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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