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주택가 이면도로가 다른 사람의 주차를 막으려는 각종 장애물로 채워지고 있다.
'나부터 편하고 보자'는 아쉬운 시민의식이 도로를 사유화해 통행·주차 불편을 일으키고 주택가 환경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과 5일 낮 남구 신정동 일원의 주택가에서 온갖 장애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폐타이어, 화분 등이 단골 소재였다.
물이나 시멘트를 채운 플라스틱통 등 손수 제작한 구조물도 있었다. 도로공사 현장에 사용되는 고깔 모형의 '러버콘'이나 안전표지판도 보였다.
일부 주택 대문이나 울타리 앞에서는 타인이 치울 수 없도록 타이어나 러버콘에 철사나 노끈을 연결해 놓은 광경도 목격됐다.
또 야간에만 권리가 있는 거주자우선주차 구획에 구조물을 놓고, 종일 주차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상점이나 원룸 건물 주변도 '손님의 차량을 주차해야 한다'거나 '골목 통행이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로 조잡하게 만든 구조물을 내놓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현상은 남구 신정동과 무거동, 중구 반구동과 복산동 등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공통으로 일어나고 있다.
'도로는 공공시설'이라는 주민 인식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행정기관은 이 같은 주차 방지용 장애물 정비에 소극적이다. 단속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정비의 시급성을 느끼지 못하는 점도 있다.
단속을 나가도 "곧 우리 차가 들어온다"거나 "우리 집 앞인데 왜 참견이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치는 주민이 많다고 7일 하소연했다.
도로 통행을 방해하는 반복적 불법주차를 방지하려는 시설물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도로 환경을 저해하고 주민 분쟁을 일으키는 부작용은 마찬가지다.
시민 정모(33·여)씨는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도 사고 위험과 불편에 노출되고, 가뜩이나 낡고 좁은 주택가가 더 지저분해 보인다"면서 "장애물을 놓는 사람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나부터 편하자고 집 앞 도로를 독점하려는 이기주의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남구의 한 관계자는 "주택가가 형성된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일어나는 현상인데, 단속 대상 지역이 광범위하고 단속해도 곧 같은 문제가 재발해 근절이 어렵다"면서 "노상 적치물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는 곳을 중심으로 정비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도로는 공동의 재산'이라는 시민인식부터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