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 주를 시끄럽게 달궜던 미사일방어체계(MD) 논란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발언 번복을 기점으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불과 하루만에 국방부가 최대로 잡은 미사일 요격 고도를 100km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우왕좌왕 행보를 보이면서 오히려 불신만 커진 상태다.
무엇보다 MD 참여 여부가 대북 안보는 물론 한미동맹 차원에서 논의되는 만큼, 언제든지 이들 맥락 어딘가에서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MD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을까.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에 한국의 참여 여부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첫째 경제성, 둘째 중국과의 마찰 가능성 때문이다. 당초 군이 도입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던 사드(THAAD)는 1개 포대에만 2조원 정도 방위력개선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이 미사일은 일본에 배치될 예정인 TPY-2(X-밴드레이더의 일종)와 한 세트를 이루고 있다. 대중국 안보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미일의 행보를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까지 여기에 동조한다고 여길 만한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김 장관의 긴급 기자간담회도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는 미국의 MD 참여 요구를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 당국자는 "미측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며 "미측이 공식적으로 얘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중국이 싫어하고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MD를 우리가 굳이 먼저 하겠다고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MD 참여 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타오를 수 있는 불씨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자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고 있는 한국 정부가 약속했던 전시작전권 환수까지 재연기해달라면서, 한미일 안보체제의 일환으로 추구하고 있는 MD에는 돈을 쓸 수 없다고 버티는 게 못마땅하다. 다만 중국을 고려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은 이해한다고 한다.
대북 문제는 물론 추후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적어도 안보와 관련해서는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청와대부터 외교국방 관련 부처까지 공고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대국 사이에서 안보 문제는, (미중을 상대로 한) 양다리가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련 논란의) 부활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따라서 MD 참여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되, 남은 것은 중국의 이해를 구하는 수준이 어디까지냐를 찾는 문제다. 이 과정에서 최대한 돈을 적게 쓰려는 정부의 의지도 관철될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이 MD체제에 편입되는거냐라고 물으면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할 수 있지만, 편입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 대답에 동의할 수 없는 쪽이 많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다.
MD 불씨를 살려내는 것은 북한의 도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측은 광우병 사태와 효순-미선이 사건을 거치면서 한국의 여론이 얼마나 폭발적인지를 잘 알고 있어서 먼저 자극하는 쪽을 택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의견이다. 북한의 도발은 전작권재환수 재연기와 맞물리는 MD 논란에 미측과 한국 정부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등 자연스럽게 사업 추진의 배경이 돼줄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 단계는 아니고 정해진 것도 없다"면서도 "미사일 요격 등 공격관련 무기 설치는 한국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지만 탐지장비 같은 부분에서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