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병원 노동조합이 23일 오전 출정식을 갖고 본격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7년 10월 이후 6년만의 파업이다.
이날 오전 5시 총파업에 돌입한 서울대병원 노조원들은 일찌감치 병원 1층 로비 중앙에 자리를 잡고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서울대병원 비상경영 철회하고 공공의료 회복하라"는 소식지 등을 오고가는 환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파업 출정식 때문에 병원이 시끌벅적해서 죄송하다"며 통로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기도 했다.
이른 시간 병원 로비는 어느새 400여 명의 조합원들로 가득찼다.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기도 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멈춰 서서 무슨 일인지 눈여겨보기도 했다.
한필순(86) 할머니는 이날 무릎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로비가 분주한 것을 보고 병원 밖 벤치에 앉아 예약 시간을 기다렸다. 한 할머니는 "병원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며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정은숙(48) 씨는 "환자들에게 오늘부터 파업하고 출정식도 한다고 미리 얘기해 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편을 드려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면서 "대체인력들이 있어 업무에 차질은 없겠지만 빨리 타결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파업에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의 필수 유지 인력을 제외하는 등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가량인 400명만 참여, 진료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9시 30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노동조합은 총파업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적정 진료시간 보장, 의사 성과급제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외쳤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병원 1층 로비에서 굉장히 착잡한 기분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며 말을 시작했다.
이어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공의료기관인데, 그런 병원에서 적정 진료가 아닌 1분진료가 진행되고 있고 교수 1명이 여러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기까지 하는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파업 결행 이유를 밝혔다.
또 병원 측에 대해 "공공의료와 표준진료 선포해도 모자랄 판에 비상경영과 구조조정을 이야기한다"며 비판했다.
노조 측은 "비상경영은 값싸고 질이 떨어지는 의료 기구와 업무 외주화의 결과로 돌아왔다"며 "돈벌이 진료를 위한 핑계"라고도 규탄했다.
"어린이 병원에서 먹는 식사도 외주 업체에서 들어온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90% 이상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노조 측은 "서울대병원은 국민의 것이지 일반 기업이 아니다"라면서 "삼성이나 아산병원이 따를 수 없는 공공진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10~14일 진행한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94%(투표율 90.3%)로 파업을 가결했다.
또 지난 넉 달간 병원 측과 40여 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결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