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외국 정상 감청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는 가운데 미국 CNN 방송이 28일 이와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다섯 가지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소개했다.
방송은 그 첫째로 "미국의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진정 결백할까"라고 묻고 "명확하지 않다"고 답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여름 정보당국의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자체 감사 결과 NSA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외국 지도자 35명의 전화통화를 엿들어온 것으로 드러나 백악관이 일부 중단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과연 오바마 대통령이 5년에 가까운 재임기간 NSA의 도감청 활동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게 설득력이 있을까.
CNN이 제시한 두 번째 질문은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정말 몰랐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NSA가 너무나 많은 감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오바마가 특정 지도자들에 대한 감청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앞서 보도된 바와 같이 이들 프로그램의 일부가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오바마가 이에 대해 미처 보고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고 CNN은 지적했다.
세 번째 질문은 이번 기사의 핵심이기도 한 "그렇다면 오바마는 무엇을 했는가"이다.
NSA의 불법 감시망이 자국 주재 외교공관도 모자라 각국 정상들에게까지 뻗쳐 있었다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가 갈수록 확산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상황이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CNN은 이어 "누가누가 가장 화났나"는 질문을 통해 유럽과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거친 반응을 전했다.
WSJ의 보도 이후 각국은 자국 주재 미국 외교관들을 불러들여 항의하는가 하면 미국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며 공개적으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면 재검토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 정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일부 의원들은 외교 관계에서 스파이 행위는 지극히 일반적이라면서 외국 정상들의 격앙된 반응을 '정치적 공갈'로 몰아붙이는가 하면, 감시는 어디까지나 동맹국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