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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은 물론 국책은행들까지 퇴직 임원들에게 ‘고문료’라는 미명하에 연간 1억원 안팎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사실상 역할이 없는 고문 명함을 내밀고 퇴직 후에도 고액 연봉을 받는 셈인데, 경영 실적이 악화되거나 적자가 난 상황에서도 이들에 대한 ‘전관예우’는 계속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퇴직 임원 5명에게 각각 1억9800만원과 1억3200만원을 지급했다.
이보다 액수는 작지만 국민은행은 지난해 퇴직임원 29명에게 3800여만원씩을, 하나은행은 3700여만원씩을 줬다.
국책은행도 사정은 비슷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퇴직임원 1명에게 1200만원, 2009년에는 2명에게 각각 9700여만원을 지급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퇴직임원 1명에게 3300여만원을 지급했다.
영업실적이 반 토막이 난 올해 상반기에도 고문료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올 들어 7월까지 퇴직임원 2명에게 4000만원씩을 줬고 하나은행은 11명에게 각각 2400여만원을 지급했다.
상당수가 적자에 허덕이는 저축은행의 고문료 액수는 더욱 많았다.
최근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이 확보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4개 저축은행이 고문제도를 두고 있으며 연간 총 7억8천여만원의 고문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강원, 스마트, 오릭스, 인천, 하나, 한신 등 6곳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또 공평, 삼성, 세종, 스마트, 푸른, 하나, SBI, SBI2 등 9개 사는 1인당 연간 1억~2억원의 고액 고문료를 제공했다.
이 가운데 세종 저축은행은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내내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과 스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도 올 상반기 적자를 냈다.
문제는 이처럼 억대 고문료를 받는 퇴직 임원들이 조직에 합당한 만큼의 기여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체로 은행 고문들의 역할은 유명무실하며, 현직 시절의 영업기밀이나 조직내 비리를 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보험’ 성격이 짙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후관리용이고, 나가서 싫은 소리 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면서 “고문제도가 운용된다는 것 자체가 경영이 뭔가 투명하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임원이 ‘임시 직원’이 줄임말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지위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간 지급되는 고문료는 일종의 위로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임원은 재계의 별로 불릴 만큼 임원 승진 자체가 사회적 지위와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퇴직 후에까지도 예우가 계속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만 비춰보더라도 기성세대의 안위를 위해 신규 채용 몫을 줄이는 것은 공적자금까지 투입된 은행들의 입장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민은행이 지난해 29명의 퇴직임원들에게 지급한 고문료 11억 1200만원을 신규 채용에 활용한다면 정규직 일자리 30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