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남부 지역을 8일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옌(Haiyen)'으로 최소한 1천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필리핀 적십자사가 9일 밝혔다.
그웬돌린 팡 적십자사 사무총장은 태풍 하이옌에 직격탄을 맞은 중부 레이테 섬의 주도 타클로반에서만 1천명 이상이 숨지고 사마르 섬에서도 200명가량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리처드 고든 필리핀 적십자 총재도 1천명이 넘는 주민이 사망한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면서 "(태풍 피해 현장에) 수많은 시신이 널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피해현장을 둘러본 세바스천 로즈 스탐파 유엔 재해조사단장 역시 약 22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직후와 비슷한 규모의 피해가 났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헬리콥터 편으로 레이테섬 팔로 지역을 찾은 예리코 페틸라 필리핀 에너지 장관은 "수백명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필리핀 방재당국은 이번 태풍으로 138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국은 태풍 하이옌으로 레이테 섬과 이스턴 사마르 주에서 118명과 16명이 각각 사망했으며 마바테와 삼보앙가, 수리가오 델 수르에서도 각각 1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 한국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태풍이 휩쓸고 간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인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태풍으로 알바이 등 36개주에서 약 428만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34만2천명이 공공대피소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아울러 7개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 주민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상당수 건물과 가옥이 무너지거나 지붕이 날아가고 폭풍해일과 산사태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공항 역시 폐허로 변하는 등 인프라에도 적잖은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상당수 피해지역이 고립된 데다 통신마저 두절돼 피해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팔로 지역의 경우 태풍에 쓰러진 나무와 전주 등으로 도로가 막혀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타클로반 지역에 투입된 군 관계자들도 주변 도로 통행이 어려워 시신 수습과 피해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태풍이 처음 상륙한 인구 4만명의 소도시 사마르 기우안 등 상당수 지역에는 여전히 통신이 두절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