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삶은 팍팍하다. 대부분의 기업이 경기불황을 이유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크게 올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경기불황을 핑계로 소득의 분배를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1% 증가해 2분기 연속 1%대 성장을 이어갔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3.3% 늘어난 것으로 2011년 4분기 이후 7분기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장성장률 상승의 원인은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민간소비는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민간소비가 기업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다. 결국 소비의 주체인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야 소비가 증가하고 이것이 다시 생산과 고용창출, 경제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임금을 올리는 것이 경제성장과 노동자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해법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았다. 2~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저성장이 이어지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기업은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임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불황이 임금인상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이 임금 인상을 막는 이유라면 기업의 소득도 감소하거나 정체되는 모습을 보여야 정상이다. 하지만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은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0년 이후 가계소득은 감소한데 반해 기업의 소득은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 ~2010년 사이 기업소득의 연평균 실질 증가율은 16.4%를 기록했지만 가계소득은 2.4%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이러한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양극화는 경기가 어려울 때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전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증가율은 각각 8.1%와 8.2%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2년까지 그리고 2007년 이후 가계와 기업의 소득 불균형은 본격화됐다. 2000~2006년 2.8%를 기록했던 가계소득 증가율은 2006~2010년 1.7%로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업소득은 14.9%에서 18.6%로 4% 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이는 기업이 창출한 소득이 가계로 충분히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모습은 노동과 자본사이의 소득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가계소득증가율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를 살펴보면 1990년 이후 상승세를 기록해 1996년 62.6%까지 증가했다. 이후 외환위기 전후와 2007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난 것이다. 이처럼 가계소득과 기업소득간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임금증가 속도가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세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