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23일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防空)식별구역'을 설치했다고 전격 선포하면서 동북아시아 긴장 수위가 또 한층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발표한 방공식별구역은 중일 간 영유권 갈등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이 일본측 방공식별구역과 중첩돼 양측 간 의도적 ·우발적 무력 분쟁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당일 중국의 정보수집기가 센카쿠 부근 상공에 진입했고, 일본이 이에 맞서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키면서 '첫날'부터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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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은 우리 군이 설치한 방공식별구역과도 일부 겹치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한중 간에 새로운 마찰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이 '방공식별구역'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방위를 목적으로 설정하는 공역으로, 비행물체를 식별해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시 군사상의 위협을 평가해 대응하기 위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 지역을 포함, 한국·일본·대만 등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이 포함됐다. 중국은 또 적당한 시기에 방공식별구역을 다른 지역에도 설정하기로 했다.
중국 국방부는 방공식별구역 운영규칙도 정해 당일 오전 10시부터 공식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규칙에 따르면 방공식별구역을 지나는 항공기는 사전에 중국 외교부나 민간 항공국에 비행 계획을 통보해야 한다.
또한 무선통신을 갖춰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관리기구인 중국 국방부와 쌍방향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국제기준에 따른 국적 표시도 하도록 했다.
방공식별구역 관리기구의 통제에 따라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무장력을 동원해 '방어적 긴급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中정보기 동중국해 진입…日전투기 긴급발진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첫날 동중국해 상공에서는 중일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됐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군 정보수집기 2대가 23일 오후 센카쿠열도 북방 동중국해의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했다고 밝혔다.
영공 침범은 없었으나 중국의 TU154 1대는 센카쿠 영공 약 40㎞까지 접근한 후 북상했다. 또다른 정보수집기(Y8)는 센카쿠 북방 약 600㎞ 부근의 동중국해를 비행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동중국해 상공에 대한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선포하면서 첫 순시비행을 당일 실시한다고 밝혔는데, 일본 방위성이 확인한 중국 정보수집기 2대의 비행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중국 공군 대변인인 선진커(申進科) 상교(上校·대령과 중령 사이 계급)는 "새 구역에서 첫번째 순시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형 정찰기 2대를 보냈다"며 "조기경보기와 다목적 전투기도 호위 임무를 위해 출동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은 우리 방공식별구역인 '카디즈'(KADIZ)와도 일부 겹치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중국이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이 우리 군의 방공식별구역인 KADIZ와 일부 중첩된 것과 관련해 공식 유감을 표명하며 중국과의 협의 방침을 밝혔다.
국방부는 24일 입장자료를 통해 "우리 정부는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관련된 내용을 어제 중국 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며 "우리 카디즈의 제주도 서남방 일부 구역과 중첩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하며, 중국의 이번 조치가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국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격랑의 동북아…긴장지수 또 상승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목적은 무엇보다 일본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은 센카쿠 상공을 포함,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 상당 범위가 중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이번 조치는 방공식별구역을 활용해 센카쿠와 오키나와 인근으로 자국 군용기를 수시로 보내는 대신 일본에 대해서는 센카쿠 쪽으로 항공기를 보내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또 내부적으로 방공식별구역과 유사한 공역을 운용, 외국 군용기의 접근에 대응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공식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함으로써 공역 방어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낸 셈이 됐다.
하지만 일본 역시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무시하고 군용기를 센카쿠 지역 등에 보낼 공산도 커서 공중 대치를 중심으로 한 양국의 군사적 긴장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은 또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미국 정찰기의 활동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