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이어도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는 빠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은 중국 정부가 지난 23일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과 제주도 크기의 면적 만큼 중첩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 명의로 중국에 유감의 뜻을 표시하고 향후 방공식별구역 조정을 중국 측과 협의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 '관할권 변함없다' vs '궁색한 변명'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번에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물론 일본이 지난 1969년 설정한 방공식별구역(JADIZ)에도 포함된 이어도가 정작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에는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한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부분은 향후 고위급 회담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치더라도 우리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이어도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어도라고 하는 것은 우리 한국군의 작전인가구역에 포함돼 있다"며 "따라서 우리 한국의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방공식별구역은 각 국이 군용 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으로 국제법적으로 관할권을 인정받지는 못하기 때문에 중.일이 이어도를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에 넣더라도 우리가 관할권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방공식별구역은 속도가 빠른 타국 전투기가 우리 영공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이 정도 지점을 넘으면 곧 우리 영공에 들어올 수 있다 해서 각 국이 설정해 놓은 것"이라며 "'여기는 우리 땅'이라고 하는 영해나 영공과는 개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군이 이어도 상공을 진입할 때 그동안 일본 자위대에 미리 통보해온 사실이 새롭게 알려지면서 군의 이같은 주장이 궁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방공식별구역이 영해나 영공개념과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실효적 지배권을 갖고 있는 지역의 하늘을 지나기위해 일본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
◈ 한.일 방공구역은 이미 합의? '軍 너무 미온적' 지적그 배경은 이렇다. 우리 군이 운용하고 있는 방공식별구역은 6.25 전쟁 중인 지난 1951년 북한과 중국 항공기 조기 식별을 위해 미 태평양 공군이 설정했으며 이어도는 빠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이 설치한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가 포함됐을 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이미 지난 1969년 이어도를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켜놨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1979년과 1983년, 그리고 2008년에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일본에 요구했지만 일본이 "그렇다면 독도를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꼬리를 내렸다.
결국 정부는 지난 1995년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일 간 군용기 우발사고 방지 합의'를 체결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양국간 방공식별구역의 기본틀로 지켜지고 있다. 다시말해 한.일간 방공식별구역은 이미 양국이 합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가 주한 중국 국방무관을 초치하는 등 비교적 강경하게 대응하면서도 일본과의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 우방인 미국이 한국과 일본이 독도나 이어도 등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며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돼 있는 독도가 군사적으로 분쟁지역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별 실효성이 없는 이어도 상공의 방공식별구역 문제는 우리가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군 소식통은 "이어도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군사적인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되지않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지금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은 우리 군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냐"라며 한.일 방공식별구역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