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로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주도적으로 방해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경찰의 출석 요구를 두 차례나 거부했던 박 처장의 이날 출석 의도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경찰은 박 처장에 대한 긴급체포를 검토하고 있다.
박종준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 4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 출석했다. 그는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경찰의 출석 요구를 두 차례나 불응한 박 처장은 세 차례 만인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미리 준비한 말을 쏟아냈다. 박 처장은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인 충돌이나
유혈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다"며 "정부기관 간의 중재 건의를 드렸고, 또 대통령 변호인단에게도 제3의 대안을 요청한 바가 있다. 그러나 그에 맞는 답을 얻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적법하게 발부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에 대해선 '집행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의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정한 수사 절차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윤 대통령 측이 낸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재차 문제가 없다며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했음에도 윤 대통령 측은 물론 박 처장까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 처장은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됐는데 왜 막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법리적으로 이론이 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경찰이 친정인 제가 경찰의 소환을 거부하고 수사를 받지 않는다면 국민 누가 경찰의 수사를 받겠는가? 경찰의 위상을 존중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박 처장이 이날 출석해 작심이라도 한 듯 말을 쏟아낸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된다. '최상목 대행과 대통령 측 변호인들에게 여러 차례 충돌을 막아 달라고 건의했지만 원하는 답을 못 받았다', '수사기관 경찰의 위상을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두고는
박 처장이 현 상황에 큰 부담을 느끼고 경찰에 출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특히 이날 함께 출석 요구를 받은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출석하지 않았다.박 처장이 경찰의 3차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신청될 것을 우려해 나왔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도주 우려 등을 지워내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연합뉴스경찰은 현재 내부적으로 박 처장에 대한 긴급체포를 검토하고 있다. 현장 채증 자료 등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입증할 만한 근거들이 있는 만큼 긴급체포 요건은 갖춰졌다고 보는 기류다. 긴급체포는 3년 이상의 징역에 달하는 죄를 지은 사람이 증거 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을 경우 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경찰이 확보한 자료와 박 처장의 진술이 다를 경우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 긴급체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처장을 긴급체포할 경우 긴급체포 고지 순간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이 청구돼야 한다. 구속영장 청구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일정까지 고려하면 경찰은 일단 14일까지 박 처장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경호처는 수장을 잃는 만큼 적극적인 집단 행동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큰 부담이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