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문제가 아니라 등급이 오가는 굉장히 큰 문제
- 최신 데이터를 더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틀리게 되는 것
- 2008년 복수 정답 인정해 다시 성적표 나눠 주기도
- 2008년 오류 인정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사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1월 28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현지 (변호사)
◇ 정관용> 올해 수능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가 오류다, 이런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데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은 이상 없다. 어제 수능성적을 다 발표했습니다. 일부 수험생들이 여기에 대해서 집단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수능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 오류논란. 수험생들을 대리해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박현지 변호사를 연결합니다. 박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박현지>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게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하고 유럽연합 EU를 비교하는 그런 문제였는데요. 뭐 때문에 이 문제가 잘못됐다는 겁니까?
◆ 박현지> 일단 EU하고 NAFTA의 총생산액을 비교로 할 때 이건 매년 계속 변하고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걸 비교하려면 어떤 기준년도를 기준으로 해야 되냐, 이런 기준시점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질문에는 그게 없다는 것 그 하나만을 가지고도 이 문제는 오류가 있는 거고 굳이 그림에 괄호로 2012라고 표기됐기 때문에 학생들로서는 2012년을 기준으로밖에 생각을 할 수 없는데 그 때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EU보다는 NAFTA가 근소하게 역전을 한 상태라서 지문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2012년에 보면 NAFTA가 EU보다 총생산액이 더 많은데.
◆ 박현지> 그렇죠.
◇ 정관용> 이 문제의 정답에는 ‘EU가 총생산액이 더 많다’를 정답으로 해 준 거죠?
◆ 박현지> 그렇죠.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건 교육부의 답에 의하면 학생들이 이 세계지리를 공부한 교과서는 아마 2009년 통계를 인용한 모양이에요.
◆ 박현지> 네.
◇ 정관용> 그때는 유럽연합이 더 많았다. 그런데 교과서 공부 가지고 공부한 학생들은 EU가 NAFTA보다 더 많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이런 해명을 하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현지> 그게 말이 안 되는 게 만약에 그렇게 할 거라면 지문에 괄호로 해서 애매할 때는 교과서를 기준으로 해라라는 지문이 있었다면 혹시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렇게 된다면 신문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보면서 오히려 최신 데이터를 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더 불리하고 틀리게 되는...
◇ 정관용> 그렇군요.
◆ 박현지> 모순된 상황인 거잖아요.
◇ 정관용> 과거 통계를 그냥 놔둔 교과서도 문제고 또 그것을 그냥 정답이라고 한 것도 문제고 이렇네요.
◆ 박현지> 그렇죠.
◇ 정관용>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거군요.
◆ 박현지> 네.
◇ 정관용> 그래서 지금 이거 소송 걸겠다고 나서고 있는 학생들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 박현지> 의사를 표명한 학생은 한 50여 명 되는데, 지금 위임장을 낸 학생들은 40여 명 정도 됩니다.
◇ 정관용> 한 문제 때문에 소송까지 간다, 이 한 문제 정답 여부가 학생들한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나요?
◆ 박현지> 이게 세계지리가 올해 좀 쉽게 나와서 원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1등급이 48점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이게 3점짜리니까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이 못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등급으로 결국은 이제 수시라든지 이런 게 점수가 반영이 되기 때문에 단순히 한 문제가 아니라 등급 하나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큰 거죠.
◇ 정관용> 그러면 소송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 소송이 되는 겁니까?
◆ 박현지> 일단 18일 날 정답을 결정하고 이걸 바탕으로 채점을 해서 27일 날 학생들한테 성적을 통지했는데 정답을 확정하고 성적을 결정한 처분에 대해서 취소소송을 제기를 하고 잠정적으로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 정관용> 그리고 이게 수능시험 전체에 대한 겁니까, 아니면 이 세계지리 과목을 본 학생들에 대한 것만입니까?
◆ 박현지>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소송으로 전체 학생들을 대표해서 소송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건 법적으로는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이 자기 점수에 대해서, 그것도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서만 취소 내지는 집행정지 신청을 하는 거죠.
◇ 정관용> 취소하고 집행정지. 그러면 이게 금방 결론이 납니까, 시간이 오래 걸립니까? 당장 대학입시는 코앞에 닥쳐왔는데요.
◆ 박현지> 그렇죠. 취소소송 같은 경우에는 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리고요. 그때까지 기다리기가 어려우니까 잠정적으로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하는 건데 이건 한 2, 3주 정도 걸립니다.
◇ 정관용> 2, 3주. 만에 하나라도 2, 3주 안에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게 된다고 치면 말이죠. 그럼 이 학생들은 자기 성적이 지금 없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대학입시를 어떻게 치릅니까?
◆ 박현지> 그렇게 되니까 법원에서 그런 것까지 결정해 주기는 어렵고 그러한 공백상태를 메우기 위해서 법원이 그렇게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에 바탕을 둬서 법원이 위법하다라고 하는 내용을 치유를 해서 새롭게 성적을 재산출해야 되는 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무인 거죠.
◇ 정관용> 교육과정평가원이 다시 채점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이런 소송을 한다, 이 말이군요.
◆ 박현지> 그렇죠. 2008년 같은 경우에 성적이 이미 다 통지가 되고 그때는 소송을 통해서는 아니었는데 물리학회나 이런 데서 이의를 제기하니까 물리 문제에 대해서 정답을 복수정답을 인정해 준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자체적으로 성적을 다시 산출해서 성적표를 다시 나눠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12월 달에 다시 나누어줬습니다.
◇ 정관용> 이번에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 이런 취지로 지금 소송을 하신다는 얘기네요.
◆ 박현지>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 문제에서 틀렸다고 지적된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거 아니겠습니까?
◆ 박현지>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 문제를 그러면 맞았다고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만약에 이걸 다시 채점해서, 예를 들어서 정답이 없다거나 모든 답을 다 정답으로 친다거나, 이렇게 되면 이 문제를 맞았다고 지금 답한 학생들이 거의 절반이라고 하는데. 그 학생들이 입을 불이익 같은 것도 있지 않습니까?
◆ 박현지> 그게 상대적으로는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들을 또 치유하는 것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의무라고는 생각이 드는데 기존에 정답을 맞았던 학생들이 받았던 등급을 그대로 두고, 틀렸다가 그걸 새롭게 점수가 가산되는 학생들의 등급이 만약에 상향으로 됐을 때 추가적으로 등급을 상향하는 방법으로 한다면 기존의 학생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기존 학생들은 그냥 가만히 놔두고 이번에 소송한 학생들과 비슷한 학생들만 등급을 올려준다?
◆ 박현지> 그러니까 점수가 기존 학생들이 이미 결정된 그 등급구간을 넘어갈 경우에.
◇ 정관용> 이번에 세계지리를 선택한 학생이 모두 2만 8000명이라고 그래요.
◆ 박현지> 네, 맞습니다.
◇ 정관용> 혹시 이 소송 때문에 나머지 수험생 65만 명 전체의 대학입시 전형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 박현지> 현실적으로 그런 일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 라디오를 듣는 시청자분들도 그렇고 국민들이 그러한 것들의 책임의 비난을, 소송을 제기하는 학생들한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기 오류가 있는 문제를 출제하고 그거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책임질 문제이지 그 억울한 걸 법적으로 구제를 받으려고 하는 학생들 탓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나저나 현실적으로 2012라고 하는 숫자를 보고 2012년에 NAFTA가 더 총생산이 많다라고 생각해서 답을 고르지 못한 학생도 있을 텐데. 그런데 2012년에 총생산액이 NAFTA보다 많다는 것은 교육과정평가원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 박현지>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왜 정정 같은 거를 안 하나요?
◆ 박현지> 2008년에 제가 아까 말씀드렸지만, 성적표를 배부한 이후에 뒤늦게 오류를 인정해서 성적표를 다시 배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그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굉장히 일이 커졌기 때문에 만약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를 인정하게 되면 이것도 역시 평가원장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부담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아니, 평가원장이 자기 자리 지키려고 뻔히 들여다보이는 오류도 안 고친다, 이 말입니까?
◆ 박현지> 그렇죠. 교육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소송, 그러면 구체적으로 언제쯤 시작될 수 있을까요?
◆ 박현지> 지금 이제 내일 오후에 서울행정법원에 가서 접수를 할 생각입니다.
◇ 정관용> 내일 오후 접수.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보십니까, 어떠세요?
◆ 박현지> 일단 취소소송, 본안소송 같은 경우에는 승소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집행정지는 단순히 승소 가능성 하나만을 보는 게 아니라 말씀하셨듯이 60만 명의 수험생들이 다 걸린 것이기 때문에 재판부에서도 굉장히 부담을 갖거든요.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이런 움직임까지 고려해서 교육과정평가원이나 교육부가 다시 한 번 좀 재고할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