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주변국 간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강ㆍ온 양면 작전 구사에 나섰다.
중국은 28일 수호이-35기, 수호이 30, 젠(殲)-11기, 쿵징(空警)-2000 공중조기경보기 등을 동원,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순찰비행했다고 밝혔다. 한국, 미국, 일본 등의 '불인정' 움직임에 대응, 방공식별구역을 지키기 위해 전투기 등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중국은 이런 '군사시위'를 벌이면서도 외교부를 통해 대화를 촉구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방공식별구역 중첩 문제는 양측간 소통을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일본도 방공구역 선포에 따른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창구 개설을 촉구하고 나서 중ㆍ일간 대화국면이 조성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서해(황해)나 남중국해로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한국과 일본도 방공구역 확대를 추진키로 해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갈등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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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공구역 '시위'
중국은 전투기를 동원한 순찰비행을 통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표시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이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고 군용기를 들여보내며 무력화 전략을 펼치자 순찰비행을 통해 맞대응한 것이다.
중국 공군은 또 선진커(申進科) 대변인 발표를 통해 방공식별구역 내 공중목표에 대한 감시 및 통제를 강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공중위협에 대해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군이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공중방위 안전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 군사적 대응의지를 밝혔다.
중국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전투기 등을 동원한 순찰비행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필요하면 군함을 동원, 공중과 해상에서 입체적인 방공식별구역 감시활동을 시행할 것으로도 보인다.
중국은 앞서 지난 26일 미국의 B-52 폭격기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는데도 전투기 긴급발진이나 경고 등을 하지 않아 '종이 호랑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점차 대응수위를 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ㆍ일 '대화' 강조
중국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29일에도 방공식별구역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일본과의 방공식별구역 중첩 문제에 대해 "중국은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해 공동으로 비행안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우리는 일본이 입으로만 대화를 거론하지 말고 대화를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친 대변인은 전날에도 "일본은 쌍방 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통제하고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대화에 성의있게 응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 28일 전·현직 일본의원들을 만나 방공식별구역에서 쌍방 군용기 간 예기치 않은 충돌사태를 피하기 위한 공중 위기관리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화 제의는 방공식별구역을 기정사실화하고 한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무력화 움직임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대화를 제의하면서도 "미국과 일본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며 방공식별구역 인정을 촉구했다.
일본도 중국에 군사 당국 사이의 핫라인 개설을 제안했다. 일본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장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일본 양국 국방 부서 사이에 실무진이나 장관급에서의 핫라인을 개설하자고 제안했고 기자회견장에 함께 참석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토론을 위한 일본의 문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일본이 대화를 거론함에 따라 양국 간 대화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은 있지만 대화를 통한 타결까지는 갈 길이 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국은 일본에 성의있는 대화자세를 먼저 촉구하고 있으며 양국 방공식별구역 논란에는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가 자리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ㆍ중ㆍ일 방공식별구역 확대 추진
한국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하자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를 위한 정부 부처 간 협의에 착수했다. 현재 관련부처 간에 확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대략 3∼4개의 KADIZ 확대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이 방안들은 모두 이어도를 포함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9일 "지금 단계는 어느 지점까지 확대할지, 주변국에는 어떤 조치를 취할지 등을 협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본은 방공식별구역 범위를 태평양의 오가사와라(小笠原) 제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오가사와라 제도는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천㎞ 떨어진 곳에 약 30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확대는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 확대에 대비, 낙도의 방위태세 강화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지난 23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직후 적당한 시기에 방공식별구역을 다른 지역에서 설정할 것이라고 밝혀 서해(황해)와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외교부 친강 대변인도 27일 방공식별구역 확대 방침과 관련, "중국은 앞으로 유관 준비공작(작업)을 완성한 후에 적절한 시기에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기준으로 서해에 방공식별 구역을 설정하면 한국, 일본 등과 중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이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면서 이어도를 포함할 경우,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