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대전, 충남지역에서 몇 달 새 가족을 살해하거나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도 자살이라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사건의 경찰 조사결과 원인은 신병비관과 돈 문제지만, 과거 보통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뒤 무거운 짐을 혼자 떠안았다면 최근에는 함께 죽음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일 오후 8시 10분쯤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제원대교 인근 한 도로에서 이모(33) 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승합차를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교통사고에 앞서 이 씨가 금산의 한 펜션에서 자신의 부인(33)과 딸(9), 아들(6)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잡고 이 씨를 쫓던 중이었다.
이 씨 가족이 묵었던 펜션 방에서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함께 이 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함께 발견됐다.
유서에는 "빚이 많아 힘들다. 가족과 함께 가겠다. 화장을 부탁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씨가 가족을 살해한 뒤 자신의 차량으로 스스로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충남 당진에서 일가족 아버지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화재도 20여 년간 병석에 몸져누운 아들을 보살펴 온 아버지가 저지른 극단적 선택이었다.
이날 오전 1시 37분쯤 당진시 송악읍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고 집 안에서는 아버지 김모(55) 씨와 아들(32)이 나란히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의 차 안에서는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형식의 메모가 발견됐다.
김 씨의 아들은 20여 년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고 김 씨 부부가 병수발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대전에서 발생한 40대 부부와 딸 등 일가족 3명의 동반자살 사건도 수억 원의 빚을 진 가장이 선택한 안타까운 결과물이었다.
최근 이 같은 사건에는 가족 중 한 명이 일가족 모두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가족을 비극으로 내몬 선택의 이유를 가부장적인 우리사회의 가족문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생활고와 가정불화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가족도 함께 고통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동반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심리적으로 이미 불안을 느끼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이 들면 가족들을 일단 자신과 함께 가야 할 존재처럼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NEWS:right}
배재대학교 이미숙 사회학과 교수도 "극단적인 가족주의로 인해 부모가 자녀를 독립적 인지하지 못하는 자아혼돈의 심리적 속성이 있는 가족에서 동반자살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적 해석이 있다"며 "부모 등이 자녀를 살해하고 동반자살이라는 방식을 택하는 데는 우리사회의 부실한 사회적 안전망도 구조적인 조건으로 작용한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