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국내 공공기관의 총부채가 565조8천억원으로 국가채무(443조원)보다 무려 120조원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B정부 5년간 LH, 한국전력[015760] 등 12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187조원에서 412조원으로 급증해 공공기관 부채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중 9개 공공기관은 부채에 대한 원금상환위험이 커져 사실상 '부실'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부가 공공기관을 이용해 무리하게 국책사업을 추진한데다 해당 기관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방만경영을 한 결과다.
정부는 더이상 공공기관 부채문제 해결을 늦출 수 없다고 보고 부채·방만경영 해소가 부진한 기관장에게 책임을 묻는 등 고강도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박진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과 허경선 부연구위원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공공기관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과 대책'을 발제했다.
이들은 부채규모, 부채증가속도, 자본잠식 상태 등을 기준으로 업무수행이 부채를 자연발생시키는 12개 공공기관을 선정, 부채정보를 집중분석했다.
가스공사, 석유공사, 한전, 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LH공사, 철도시설공단, 예금보험공사, 한국장학재단 등이다.
이들 기관은 2007년 MB정부 출범 때만 해도 부채규모가 186조9천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30조~50조원씩 부채가 증가해 2012년에는 412조3천억원으로 빚이 불어났다. 5년간 증가 폭만 225.5%다.
295개 공공기관 전체의 부채도 2007년 249조2천억원에서 2012년 493조3천억원으로 244.2%로 커졌다.
하지만 12개 기관의 부채는 증가속도가 빠른 탓에 공공기관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5%에서 92.3%로 확대했다.
5년간 부채증가가 가장 많았던 곳은 LH로 71조2천억이나 됐다.
이날 안전행정부가 밝힌 전국 251개 지방직영기업과 59개 지방공사, 78개 지방공단 등 388개 지방공기업의 2012년 부채는 72조5천억이나 돼 지방공기업 관리 역시 비상이 걸린 상태다.
문제는 부채의 질이다.
매년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 금융부채가 공공기관 전체 빚의 75%가 넘는 305조2천억원이다. 5년간 169조2천억원이 늘어난 액수다.
금융부채 증가는 LH(55조3천억원), 한전 및 발전자회사(32조6천억원), 가스공사(17조1천억원), 예보(14조1천억원), 수공(10조9천억원) 등이 주도했다.
이로인해 예보와 장학재단을 뺀 10개 기관의 차입금 의존도는 2007년 35%에서 2012년 50%로 껑충 뛰었다.
LH, 도공 등 SOC 공공기관은 노무현 정부때인 2004년부터 빚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한전,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공기관은 2008년부터 부채증가 폭이 가팔랐다.
12개 공공기관의 금융부채중 79.9%(132조3천억원)는 보금자리사업, 신도시·택지사업, 주택임대사업, 예금보험기금사업, 전력사업, 국내 천연가스 공급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10개 사업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MB정부의 핵심사업이다.
10개 공공기관의 한해 영업이익(4조3천억원)으로는 이자비용(7조3천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관만도 석탄공사, 철도공사, 한전, 철도시설공단, 광물자원공사 등 5개나 된다.
또 7개 기관은 영업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능력이 약해 원금 상환위험이 커졌고 석탄공사, 광물공사는 아예 원금상환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 광물공사측은 이에대해 "작년 실적이 좋지 않은 결과"라며 "올해는 실적개선이 예상돼 원금상환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명했다.
두 연구위원은 "현행 사업방식을 유지하면서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정도로는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보금자리사업, 혁신도시, 해외자원개발사업, 4대강 살리기사업, 철도운송사업 등 비공공요금 사업의 근본적인 사업조정검토를 권고했다.
정부에는 공공부문 부채를 종합관리하는 부처간 협의체를 구성할 것과 원가검증을 통한 적정한 공공요금 산정, 과잉투자 및 방만한 사업비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효율화, 주무부처 책임강화 등을 제언했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이에 앞서 공공기관 부채정보 공개를 확대, 국민에 의한 상시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관계부처 및 공공기관과 함께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강도높은 부채 관리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공공기관 부채와 방만경영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심각한 과제"라며 "기관이 스스로 개혁 계획을 만들고 정부는 이행실태를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