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철도노조 파업투쟁 지지와 노조탄압 규탄 국제노동계 기자회견’에 참석한 외스타인 아슬락세너 국제운수노련(ITF) 철도분과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황진환 기자)
철도노조 파업이 나흘째로 접어든 12일 국제운수노련(ITF) 의장 등 국제 노동계 인사들이 방한해 "한국 정부는 철도 민영화 계획을 철회하고 철도노조에 대한 불법적인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열린 '철도노조 파업 투쟁 지지와 노조탄압 규탄 국제노동계 기자회견'에는 영국·뉴질랜드·일본 등 철도 민영화가 추진됐던 나라의 철도노조 대표들이 참여해 자국의 사례를 들며 한국 정부의 철도 민영화를 반대했다.
"철도 노동자 1000만 명을 대표해 한국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왔다"는 외스타인 아슬락센 의장은 "철도 민영화는 인프라를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한국에서는 이미 민영화 작업이 진행됐다"며 입을 열었다.
아슬락센 의장은 "분할된 회사가 공공소유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분리된 것 자체가 민영화 직전 단계 조치라는 걸 말해줄 뿐"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철도 효율성'은 민영화와도 전혀 상관이 없는, 순전히 이데올로기적인 이유 때문"이라며 "이는 민영화가 추진된 유럽에서도 정치적이라고 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칼슨 링우드 영국 철도노조(RMT) 중앙집행위원은 "만일 민영화가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려면 영국을 보면 된다"고 일갈했다.
칼슨 위원장은 "철도는 이윤이 아니라 국민에게 이롭게 이용돼야 하는데 영국의 철도민영화는 철도노동자들의 보건과 안정에 악영향을 줬고 요금 인상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업 기간 중에 한국 철도노동자들이 탄압을 받고 잇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단체협상의 권리는 국제 노동규약에 보장된 것으로서 정부와 코레일이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을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웨인 벗슨 뉴질랜드 철도노조(RMTU) 사무총장도 "뉴질랜드에서는 철도민영화 이후 재국유화했는데 철도를 매각할 때 정부가 받은 돈보다 2배 이상 들어갔다"며 자국의 예를 들었다.
웨인 사무총장은 "현재 한국의 철도 시스템은 굉장히 훌륭하고 효율적"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뉴질랜드의 민영화 경험을 되풀이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본 마쓰다 일본철도총련(JR총련) 조직실장도 "철도 민영화를 얘기하기 전에 철도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오늘 새벽에 한국에서 발생한 화물차 탈선 사고만 봐도 현재 전혀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마쓰다 실장은 "일본에서는 기관사가 자격증을 갖는다하더라도 현장에 곧바로 투입되는 일은 없는데 한국에서는 전문성 없는 인력들이 대체 투입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철도 운영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인만큼 코레일은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