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국회에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국정원 개혁특위)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한 첫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 국정원은 12일 국회·정당·언론사에 대한 상시 출입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자체 개혁안을 국회에 보고했지만 여야가 연내 입법화하기로 한 ‘약속들’과 어긋났다.
국정원 자체개혁안에 담긴 국회·정당·언론사에 대한 연락관(IO) 상시 출입 제도 폐지는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의 통제”라는 부분까지 담고 있는 여야 합의사항에 모자랐다. 상시 출입 폐지가 실제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국정원 개혁 특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IO를 전면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으로서는 받기 어려운 개혁안”이라고 혹평했다.
여야 합의사항인 정치 관여 지시에 대한 직무집행 거부권 보장, 내부고발자의 신분보장 조치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자체적으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었다. 폐쇄적인데다 상명하복으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부당 명령 심사청구센터’를 설치·운영한다는 국정원 방안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남재준 원장은 "내부고발자 보호 문제는 현재 공익신고자 보호제도와 관련 법률이 있어서 충분하다"고 국회에 답변했다.
정치 관여 행위를 할 경우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빠졌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자체개혁안에 담긴 ‘전 직원의 정치개입금지 서약 제도화’도 제대로 된 처방전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서약을 하지 않아서 불법선거에 개입한 것이냐”(민주당), “그간 정치개입은 직원들 스스로 다짐 안 해 발생했나”(정의당)는 논평이 나왔다.
댓글 작업으로 문제가 됐던 심리전 활동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국정원은 굽히지 않았다. ‘방어 심리전’을 계속 수행하겠다며, 그 대상을 북한 지령·북한 체제 선전·선동,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 부정, 반헌법적 북한 주장 동조 등으로 한정했지만 얼마든 자의적 잣대를 들이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옹고집’의 배경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인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국정원 개혁 특위에서 “국정원의 정치 중립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4일 국정감사에서 “대북심리전은 국정원의 기본 임무다. 활동에 정확한 지침이 없어서 일탈이 있었다”고 한 발언에서 큰 변화가 없다. 당시 그는 “검찰 조사의 많은 부분에 이의가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