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서 아기를 낳으며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 마음이 너무 아파
- 여러 가지 두려움 때문에 미혼모자 보호 시설을 찾지 않는 경우 많아
- 정부, 미혼모자 시설 절반을 폐쇄하기로 결정. 미혼모들 갈 곳 없을텐데..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2월 20일 (금)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미경 어린엄마둥지 원장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정관용> 오늘 참 안타까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한 고시텔 방 안에서 혼자 아기를 출산하던 여성이 태아와 함께 숨진 겁니다. 이렇게 미혼모 출산 관련된 사건사고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미혼모를 돌봐온 분이죠. 미혼모자시설 어린엄마둥지의 김미경 원장 모십니다. 김 원장님.
◆ 김미경> 안녕하세요.
◇ 정관용> 혼자 아기 출산하는 여성은 나이도 30대라고 하던데요. 그렇죠?
◆ 김미경>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아무 도움 없이 혼자 아이를 낳다가 아마 일이 벌어진 것 같죠?
◆ 김미경> 그런 것 같습니다. 혼자서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저희 시설을 잘 몰랐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최근에 이런 사건이 또 몇 건 더 있었죠? 어떤 게 있었죠?
◆ 김미경> 원룸에서 혼자 살다가 낳은 경우도 있었고요.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가 낳아서 유기한 경우도 있었고요. 사망 사건도 있었고요. 최근에는 PC방에서 아이를 낳아서 유기한 사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낳고 버리고 이런 건들이죠?
◆ 김미경> 네.
◇ 정관용> 혹시 실태파악이 됩니까? 1년에 혼자 아이를 낳는 여성이 얼마나 되는지, 이런 게 파악이 가능해요?
◆ 김미경> 정학한 실태 파악은 저희도 어렵고요. 저희 현재 33개의 미혼모시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미혼모들 시설에서 생활한 친구들에 대해서만 저희가 조금 파악을 하고 있는데요. 연간 1500명 정도 저희가 돌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1500명?
◆ 김미경> 네.
◇ 정관용> 지금 33개의 미혼모 시설이 있다는 걸 지금 그럼 혼자 이렇게 아이를 낳는 이런 사람들은 아예 모르는 겁니까, 어떤 겁니까?
◆ 김미경> 제가 생각할 때는 모른다기보다는 그냥 생각할 시간을 너무 오래 갖다보니까 아무 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 정관용> 그냥 시간 가다가 갑자기 산통이 와서 이렇게 됐다, 이런 건가요?
◆ 김미경> 네. 평상시에 병원진료를 꾸준히 받았다거나 그렇게 했다면 본인이 언제 출산한다, 이렇게 짐작이라도 할 텐데, 전혀 병원 진료를 받지 않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에 머무르다 보니까 주위의 도움이 없이 생활하다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구조적으로 이런 경우가 나오는 건 아이의 아빠나 또 미혼모들의 가족들의 도움, 이런 게 없기 때문 아닐까요?
◆ 김미경> 저희 친구들 대부분이 아이 아빠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있더라도 아이 아빠들이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아니면 군대에 가 있거나 아니면 교제 중에 남자 집안의 반대라든가. 그래서 분만 시점에서는 거의 혼자인 경우가 많아서요. 아이 아빠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고 그리고 가족들도 이게 드러내놓고 도울 수 있는 이런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알고 계셔도 돕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미혼모의 집, 어린엄마둥지 같은 이런 곳을 찾아가면 어떤 도움들을 받게 됩니까?
◆ 김미경> 저희가 산전 진료 저희 친구들을 돕고 분만, 그리고 산후조리, 아이들 양육지원까지 합니다. 6개월을 머물 수 있거든요, 아이들 하고.
◇ 정관용> 전혀 비용은 들지 않고, 다 무료로요?
◆ 김미경> 네,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이런 시설을 전화로 해서 찾아만 가면 될 텐데. 왜 안 찾아가죠?
◆ 김미경> 아마 두려움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낯선 곳에 와서 단체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리고 부모들이 알게 될까봐, 이걸 제일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부모들이 반길 일은 아니고, 부모한테 너무 죄송스럽고 미안한 생각에 알게 되는 걸 많이 두려워합니다.
◇ 정관용> 이런 미혼모의 집을 찾아가면 의무적으로 해당 부모한테 통보하게 되어 있는 겁니까?
◆ 김미경> 의무사항은 아닌데요. 분만을 다루다 보니, 생명에 관계된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분만 상황에서 위험 상황이 올 수 있어서 부모가 알아야 되는, 저희가 다 책임을 질 수 없는 이런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입양특례법이 바뀌어서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모든 아이들은 출생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 입양을 선택을 했든 아이가 양육이나, 양육을 선택했지만 키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럼 시설입소를 해야 되는데 시설입소를 하게 되더라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는 시설에 입소를 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아이들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정관용> 입양을 하더라도 일단 출생신고가 되어야 입양이 가능하고. 지금 그렇게 법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 김미경> 네, 바뀌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정작 이런 미혼조의 집 같은 곳에 찾아와서 분만하고 6개월까지는 보호받을 수 있잖아요. 6개월 동안 보호받으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스스로 키우겠다라고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요?
◆ 김미경> 그렇죠. 처음에는 선택할 때는 내가 아이를 키울 수 없겠다 싶어서 들어올 때는 입양을 선택했었는데요. 아이를 낳다 보면 또 모성애가 강해지고요. 이 아이를 보게 되면 아무래도 더 사랑스럽고 그렇기 때문에 양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지금 미혼모의 집이 아까 33개 전국에 있다고 했는데. 지금 거의 포화상태입니까, 어떻습니까?
◆ 김미경> 지금은 아이들이 좀 많이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입양특례법으로 인해서 가게 되면 모든 것을 오픈해야 된다는 사실 때문에. 많이 고민을 하다가 분만 즈음해서 들어온 친구들이 굉장히 많고요. 그래서 저희 현재의 상태에서도 많다고 볼 수 없는데. 더 큰 문제는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16개 미혼모자시설을 2015년 7월 1일자로 폐지하라는 법이 발동이 됐습니다.
◇ 정관용> 왜요? 왜 폐지하죠?
◆ 김미경> 저희가 입양을 강요했다고 하는데요. 이거는 본인들이 자유의지에 의해서 결정을 하는 거지, 저희가 입양을 보내라, 양육을 해라 이렇게 저희가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는데. 아마 그렇게 생각이 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6개 시설을 폐지하게 됐는데, 지금 현재 16개 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그 대체시설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굉장히 수용하는 것이 넉넉하지 않은데, 16개 미혼모자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 우리 아이들이 갈 데가 없지 않을까. 앞으로 아동유기라든지, 이런 너무 무섭고 끔찍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 정관용> 그 폐쇄하기로 한 건 완전히 결론이 난 겁니까?
◆ 김미경> 네. 이미 개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7월 1일자로.
◇ 정관용> 제도적으로도 그렇고. 이것저것 좀 보완할 게 참 많네요. 짧게 이 사회를 향해 한 말씀 해 주시면?
◆ 김미경> 선심성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저희 친구들한테 많이 양육을 지원하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저희 친구들한테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지원이라든가 체계적인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아이들을 현장에서 양육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혼모와 미혼부에 대한 차별도 있어서 저희 엄마들한테는 출생신고하기가 굉장히 쉬운데 미혼모가 키우고자 할지라도 출생신고를 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양육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