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의 명품'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AK) 개발자로 유명한 미하일 칼라슈니코프가 23일(현지시간) 지병으로 숨졌다고 이타르타스 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향년 94세.
보도에 따르면 칼라슈니코프는 생애 대부분을 살아온 러시아 중부 우드무르티야 자치공화국 수도 이제프스크의 한 병원에서 지난달 17일부터 위장 출혈로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사망했다.
우드무르티야 공화국 대통령 공보비서 빅토르 출코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탁월한 소총 설계사 칼라슈니코프가 힘든 투병 끝에 94세로 숨졌다"는 애도의 글을 올렸다.
아들 빅토르는 지난달 칼라슈니코프의 입원에 대해 "아버지가 94회 생일 파티에서 무리를 한 뒤 건강이 나빠져 예방 차원에서 입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칼라슈니코프는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1년 전차부대에 근무하다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에서 독일군과 교전중 부상해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소총 개발 구상에 착수해 1947년 AK 소총 개발에 성공했다. AK-47이란 명칭도 자동소총 칼라슈니코프(Avtomat Kalashnikov)의 머리글자와 소총이 개발된 연도를 합쳐 붙여졌다.
이제프스크의 '이쥬마슈' 무기공장에서 첫 생산된 1천500정의 소총이 실전 시험을 통과하면서 1949년 소련군의 표준 개인화기로 채택됐다.
이 총은 성능이 우수하고 분해 조립이 간편하며, 제작비도 싸게 먹힐 뿐 아니라 물에 젖거나 모래가 들어가도 잔고장이 나지 않는 등의 탁월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한국전 때 북한군이 사용한 ‘따발총’으로도 잘 알려진 AK-47 소총은 이후 AKM, AK-74, AK-74M, AK-101~108 시리즈 등 개량형이 개발되고 민간용 변형 소총까지 나오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외국에서도 이쥬마슈 공장의 면허를 받아 AK 소총을 생산하기도 했다.
개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변종으로 전 세계에서 7천만 정 이상이 생산된 것으로 추산되며 현재 북한을 비롯한 100개 이상 국가 군대에서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사용 중인 소총의 5분의 1 정도가 칼라슈니코프 계열이다. 그 결과 칼라슈니코프 소총은 전 세계에 가장 널리 보급된 소총이자 20세기 최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라는 영예를 얻었다.
칼라슈니코프는 이 소총을 개발한 공로로 2번의 '사회주의 노동 영웅상'과 '스탈린상', '레닌상' 등을 수상했고, 1994년에는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조국 봉사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30여년 전 "AK보다 더 좋은 소총을 만드는 사람과 처음으로 악수를 하고 싶다"는 자신감이 담긴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근년 들어 뛰어난 성능을 갖춘 신형 소총들이 개발되면서 AK 소총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줄고 개량형 AK 소총도 현대화된 기준을 맞추지 못해 이쥬마슈 공장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칼라슈니코프의 명성도 빛을 잃어갔다.
칼라슈니코프는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쥬마슈 공장을 살려줄 것을 호소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