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26일(현지시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한 주변국들의 비난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경한 공식 입장을 내놓은 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참배 당시와 비교했을 때 발언의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어서 외교가의 시선이 쏠린다.
미국 워싱턴DC의 한 외교소식통은 26일(현지시간) "지난 2006년과 비교해 보면 이번 미국 입장은 완전히 중립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상당히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일본은 미국의 소중한 동맹국이자 우방"이라면서도 "일본이 이웃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한 것에 실망한다(dissapointed)"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과 이웃국가들이 과거의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고, 관계를 향상시키며, 지역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동목표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건설적인 길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또 아베 총리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일본의 평화 결의를 재확인한 데 대해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례적으로' 주일 미국대사관을 통해 발표한 공식성명을 그대로 반복한 셈이다. 외교가가 주목하는 표현은 '실망'이라는 대목이다. 통상 동맹국 사이에서 '실망'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외교적으로 상당히 수위가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동맹국에 대해 '실망한다'고 밝힌 것은 굉장히 강한 표현"이라면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실망한다고 표현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식입장을 표명한 방식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성명을 낸 적이 없었다"면서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지난 2006년 8월 15일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 국무부의 반응은 상당히 '미온적'이었다.
션 매코맥 당시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된 질문에 "이는 일본 정치인들과 일본 총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일 것"이라면서 가치중립적인 논평을 내놨다.
그는 "과거사 문제로 인한 역내 긴장관계가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고, 역내 국가들이 과거사 문제를 직면하면서 이견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했지만 일본 정부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거나 비판하진 않았었다.
오히려 "항상 마찰은 있을 것이고 (상호) 존중하는 방식으로 그런 마찰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역내 국가들이 과거의 잘잘못에 덜 신경쓰고 평화롭고 안정적인 지역을 건설하기 위해 미래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혀 듣기에 따라서는 일본을 편드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결국 7년전과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미국의 인식이 그만큼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직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그동안 노력했는데 찬물을 끼얹은 셈이고 뒤통수를 친 것"이라면서 "매우 실망스럽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이 야스쿠니 참배를 앞두고 미국 측에 총리 보좌관을 보내고 참배 직전 의례적이나마 '통보'를 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겉으로 드러난 강경 표현 이면에는 양국이 `상호조절'의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