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문제가 내용에서 외압논란으로 이제는 정치권의 대리전으로 번지고 있다. 교육부는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다 번복한 20개 학교에 대해서 특별 조사했다. 교육부는 이들 학교들이 시민단체 등의 외압을 받은 것으로는 확인했지만 제재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교육부의 특별조사가 오히려 외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교과서 사태를 통해서 학자적 양심과 소신을 가졌더라도 국민들의 정서에서 유리된 견해가 담겨진 교과서는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역사교과서 문제의 본질은 외압논란이 아니라 역사교과서의 부실검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과서 검증과정을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실무를 맡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의 허술한 검증과정에 있다. 교육부가 학교를 대상으로 특별검사를 벌인 것은 시민단체들의 학교에 대한 압력보다 더 강한 압력이다. 정부가 교육청을 통하기는 하지만 예산집행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교나 시민단체를 탓하기보다는 검증과정을 투명하게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가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두둔하고 나서는 것처럼 비춰지는 속내가 궁금하다.
정부여당이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는 학교들이 줄어들자 국정교과서제도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와 여당의 행보를 보면 마치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하겠다는 의지처럼 보인다. 이런 의구심이 들도록 정부여당이 처신하고 있다. 다른 출판사와의 형평성 문제는 안중에 없이 처신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만약 국정교과서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여야가 동수로 역사학자를 추천받아 공동집필하는 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역사교육에 있어서 청소년들을 편향적으로 교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채택문제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갈등을 보면 한심하다. 일본의 역사인식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낯부끄럽다. 광복 70년이 돼 가는데도 근현대사에 대한 자체적인 역사정립을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역사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역사인식은 중국과 일본 등 상대가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치밀한 준비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구미에 맞는 역사인식이 아니라 민족정서에 합당한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권주만 CBS 해설위원장